디자인업계 취업을 원하는 이은서씨(가명·24)는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대통령 후보를 원했다. 사진은 취업 준비와 관련된 작업물을 설명하는 이씨. /사진=김동욱 기자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취업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취업이 쉽지 않아요. 선배들과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취업 문이 좁아진 것 같더라고요. 다음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 구로구 소재 카페에서 만난 취업준비생(취준생) 이은서씨(가명·24)는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을 좇아 대학교 전공마저 바꾼 이씨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경제 대통령'을 원한다고 여러 번 힘 줘 말했다. 경제를 살려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자신과 같은 취준생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게 이씨 시각이다.

온종일 취준으로 가득… 취업난에 '울상'

커다란 가방과 함께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이씨는 다른 취준생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삶을 사는 듯 보였다. 그는 오전에 기상한 후 영어회화를 공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후엔 점심을 먹고 스터디 카페로 장소를 옮겨 3D 디자인을 위한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힌다. 저녁엔 집으로 돌아와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취업 전형 시기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준비한다.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식사와 취침 등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취업 준비로만 일상을 채워 나갔다고 한다.


하루 중 대부분을 시간을 취업 준비에 쏟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이씨는 토로했다.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게 체감돼서다. 이씨는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하고 3개월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엔 일반 디자인 직군에 취업하고자 했으나 취업 문이 좁다는 것을 느끼고 3D 콘텐츠 디자인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씨는 "졸업 후 1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많다"며 "디자인업계 회사들이 전반적으로 직원들을 많이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취업난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살펴보면 올 1분기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는 약 242만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9만8000명 줄어든 규모로 2013년 3분기(10만3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올 1분기 20대 후반 인구는 6만9000명 줄었는데 동 기간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괄하는 경제활동인구는 8만5000명 감소했다.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도 취업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돈 벌기 위해 돈 쓰는 취준생… 경제적 부담 심화

사진은 이씨의 취업 공부 자료. /사진=이씨 제공

경제적 압박도 이씨에게 부담을 주는 요소다. 이씨가 종사하고자 하는 패션계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수다. 문제는 대학교에서는 포트폴리오와 관련된 교육 및 정보가 부족해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학원비는 보통 한 달에 60만~8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씨는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하려는 것인데 되레 취업을 위해 돈을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취준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비 지원 교육 사업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으나 일부 프로그램은 실무와의 연계가 아쉽다고 이씨는 평가했다. 일부 수업은 실제 업무에서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교육 내용도 실무 경험보다는 이론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국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실무자와 더 긴밀히 협의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취업 준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된다면 취준생에게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교에서 4년 동안 학문적인 내용을 주로 배웠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아쉬운 면도 있다"며 "교육 과정이 실무와 더 밀접하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먹고 사는 게 중요… "경제 대통령 원해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씨는 '경제 대통령'을 원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경제를 살려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사회 문제로 평가받는 취업난·저출산 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이씨는 내다봤다.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본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체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에게 투표하겠다는 게 이씨 계획이다.

소통과 리더십도 이씨가 바라는 대통령의 덕목이다. 제21대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의 갈등을 줄이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익을 지킬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씨는 "현금 지급 등 보여주기식 복지에 쓰이는 세금을 아껴 기업 R&D(연구·개발) 지원 등 근본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표를 얻기 위한 정책보다는 대한민국의 경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통은 소통대로 잘하면서 정책은 힘 있게 추진해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