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번 단일화 추진은 자신을 끌어내리고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만들기 위한 반민주적 시도라는 게 김 후보 시각이다.

김 후보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제69차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인민대회당이 될 뻔했다"며 "여러분 덕분에 자유민주주의가 아직 숨 쉬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후보가 지난 3일 이후 의원들 앞에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은 제5차 전당대회 당일(지난 3일) 저녁 선거사무소를 찾은 당 지도부에 중앙선대위 구성을 제안하고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김 후보를 향해 연휴 직후인 5월7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김 후보는 "저를 뽑고 연휴 끝나자마자 다음날 단일화를 하라는 게 책임 있는 발언이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를 염두에 둔 단일화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소속 후보가 입당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호 2번을 달고 당 자금과 인력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하기 위해 오는 11일까지 단일화하라는 얘기"라며 "이건 저를 당 후보로 뽑은 전당대회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뭐가 되느냐"며 "당 지도부는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과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 시도는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단일화 성사를 조건으로 후보 등록을 미루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선거에서 검증도 받지 않은 후보를 갑자기 우리 당 후보로 만들려는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단일화에 제가 응할 수 있겠느냐"며 "단일화는 이기기 위한 것,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후보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김문수를 끌어 내리려는 작업"이라며 "김문수를 믿어달라. 이기겠다.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김 후보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5월10일 전 단일화를 언급한 바 있어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일정을 밀어붙인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를 향해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 후보는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곧바로 퇴장했다. 김 후보 퇴장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다리고 얘기 좀 하고 가라" "자기 혼자 떠들 거면 뭐 하러 왔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의원총회 종료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단일화는 우리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래서 당원과 우리 의원들의 의견을 지도부가 대신해서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