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사흘째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후보들은 나란히 영남권을 찾았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각각 서울 청계광장, 대구 서문시장,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뉴스1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사흘째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후보들은 나란히 영남권을 찾았다. 전날 TK(대구·경북) 지역을 돌았던 후보들은 오늘은 나란히 PK(부산·경남) 지역에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세 후보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며 저마다 자신이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구할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불렸던 영남권이 이번 대선에선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이재명, '남해안 벨트' 훑어… "압도적 아닌 반드시 승리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4일 당의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PK 지역을 찾아 "압도적 승리가 아닌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기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은 이 후보가 부산을 찾아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정책 약속을 맺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4일 당의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PK 지역을 찾아 "압도적 승리가 아닌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기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부산에서 시작해 경남 창원·통영·거제까지 이른바 '남해안 벨트'를 훑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PK 지역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PK는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도 PK 지역 40석 가운데 34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을 만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동시에 김영삼·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계 인사들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부산에서 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기회를 주시면 희망 있는 지역을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부산은)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 맞습니까? 지금 보수 정당이라고 불리는 국민의힘, 보수 정당·민주 정당 맞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지역 민심 확보를 위해 경제 활성화 공약도 내놨다. 특히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을 두고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하며 해양수산부와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의 부산 이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부산을 해운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이전하면 좋지만 세상일이 한쪽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정치는 실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만큼은 부산에 옮기겠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해운회사가 HMM이다. 그 회사도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문수, 사흘 연속 영남권 찾아… "이재명 집권하면 김정은 독재 되는 것"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사흘 연속 영남권을 돌며 한덕수 전 통리와의 단일화 파동으로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이탈 조짐을 보이자 '집토끼' 민심 잡기에 집중했다. 사진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스님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사흘 연속 영남권을 돌았다. 비상계엄과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파동으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이탈 조짐을 보이자 '집토끼' 민심 잡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경남 진주에서는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저희가 큰절을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또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보수 전통 계승을 강조했다. 진주 유세에서는 "제철부터 자동차, 조선, K-방산을 다 만들어 낸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저도 과학기술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경남 지역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도 공약했다. 그는 "경남 진주, 사천 일대를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 문제도 공세 대상으로 삼았다. 밀양 유세 중 그는 근처에 걸린 이 후보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한테 대한민국을 맡기면 완전히 팍 썩어가지고"라고 직격하며 "대통령까지 또 이 사람이 해서 입법·행정·사법을 전부 다 하게 되면 바로 김정은 독재, 시진핑 독재, 히틀러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사람은 경기지사를 4년 했지만 저는 8년을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준석, '노무현 계승자' 자처… "다윗이 골리앗 쓰러뜨리는 선거 될 것"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자신을 부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둔 역대 대통령의 '계승자'로 내세우며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보수층과 표심을 유보하고 있는 부동층 흡수에 나섰다. 사진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셀카를 찍는 모습. /사진=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자신을 부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둔 역대 대통령의 '계승자'로 내세우며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보수층과 표심을 유보하고 있는 부동층 흡수에 나섰다. 그는 부산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분권 비전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대학에서 열린 '학식먹자' 정책토론에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렸던 지방분권의 핵심은 결국 교육·산업 기반의 분산에 있다"며 "그 비전을 제가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유림회관과 범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보수 적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계엄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트린 윤석열에 대해 모든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윤석열에 목줄 잡힌 정당"이라며 "무조건 2등 이하를 할 수밖에 없는 김 후보보다 파란을 통해 1등을 할 수 있는 이준석에게 표심을 몰아주면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해운 공약에 대해선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HMM의 이전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의 어설픈 괴짜 경제학이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좌시해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15일 남해안을 따라 전남 순천과 목포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며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각각 서울로 향해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