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전경. /사진=s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조정기를 일부 벗어나 점진적 실적 회복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말 인수한 독일 백신 위탁생산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의 실적이 연결 기준으로 온전히 반영되며 외형이 확대됐고 자체 개발 백신 제품의 글로벌 시장 확장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이 이어지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의 승소까지 더해지며 기술 주도권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46억원, 영업손실 15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7배 증가했으며 영업손실 규모도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IDT 인수 효과가 실적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의약품청(EMA)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규제당국의 생산 허가를 보유한 IDT는 북미, 유럽, 아시아권 고객사를 기반으로 한 견조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간 41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 및 흑자전환을 목표로 IDT의 운영 효율화와 수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자체 백신 제품도 공급 확대와 장기 계약 성과를 통해 실적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는 남반구 수출 증가에 따라 공급이 확대됐고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는 범미보건기구(PAHO)의 추가 입찰 수주로 2027년까지의 공급 계약을 연장했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며 동남아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사노피와 협력해 국내에 도입한 백신 제품들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소아용 6가 혼합백신 헥사심은 올해부터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되며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고 RSV 예방 항체 베이포투스는 지난 2월부터 국내 접종을 시작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십과 차세대 백신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폭넓은 혈청형을 포함해 예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9년까지 121억달러(약 16조94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을 겨냥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를 초과하는 차세대 백신도 자체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mRNA 기반 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주요 진전을 이뤘다. 글로벌 기업 모더나가 국내 등록한 mRNA 백신 기술 특허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무효 심결을 받아냈다. 이를 통해 향후 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상용화 과정에서 특허 리스크를 완화하고 독립적인 플랫폼 기술 확보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mRNA 시장은 연평균 17.06% 성장해 2033년에는 589억달러(약 82조46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와의 협력을 통해 mRNA 기반 일본뇌염 백신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향후 팬데믹 대응 백신 및 치료제 등으로 개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 백신 개발 정부지원 과제에 선정되며 팬데믹 대비 역량 강화를 위한 발걸음도 내디뎠다. 세포배양 기반 기술을 활용한 조류독감 백신은 내년 하반기 임상 1/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전략 백신으로서의 가능성이 주목된다.

올해 1분기 실적은 팬데믹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의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분기로 평가된다. 글로벌 공급 확대, 도입 백신의 시장 안착,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이어지며 연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IDT 인수 효과와 기술 기반 백신 파이프라인을 축으로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장해 나가겠다"며 "단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 실행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