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6위-7위-4위-8위-5위. 2019-20시즌부터 지난 2023-24시즌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순위다. 심지어 2024-25시즌은 17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 손흥민의 소속팀이라 국내 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응원을 받고 있으나 냉정하게 말해 쉽게 우승을 이야기할 전력은 아니다.
역대급으로 부진했던 올 시즌을 제외하더라도, 기록이 말해주는 토트넘은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정상을 바라는 것이 '언감생심' 수준은 또 아닌, 아주 애매하게 잘하는 팀이다.
정규리그 뿐 아니라 모든 대회를 통틀어도 그랬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로는 어떤 대회에서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그랬던 토트넘이 드디어 길었던 터널을 빠져 나왔다.
토트넘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2024-25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국내 팬들의 초점은 프로 커리어 내내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보지 못한 손흥민에게 맞춰졌으나 팀 전체적으로도 간절했던 한판이다. 무엇보다 올 시즌 처참한 정규리그 성적 탓에 더더욱 우승 트로피가 필요했다.
팀을 이끄는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경질설에 시달리자 "유럽클럽대항전 결승에 오른 팀을 이끄는 지도자를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으나 강등 직전 순위를 생각하면 딱히 변명거리도 없다.
손흥민 역시 결승전 공식 회견에서 "올 시즌 리그 성적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리그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최악의 시즌을 트로피와 바꾸도록 하겠다"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그 배수진 각오가 결국 결실을 맺었다.
토트넘에게 이번 우승은 일종의 '벽'을 깬 것과 같은 상징적인 성과다. 정상 언저리에 있는 것과 그 문턱을 넘고 기어이 꼭대기에 올라 열매를 따내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손흥민도 같은 생각으로 이 경기를 준비했다.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2020-21시즌 리그컵 결승에 올랐다가 패해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이번 결승전은 분명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이번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앞으로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동료들을 독려했는데 고비를 넘었다.
클럽 역사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우승이다. 70년 만에 리그컵 우승으로 트로피를 품에 안은 뉴캐슬유나이티드나 창단 후 120년 만에 처음으로 FA컵 정상에 오른 크리스탈 팰리스만큼의 기다림은 아니지만, 토트넘 팬들도 오랜만에 환호성을 질렀다.
토트넘은 결승전 한판 승리로 1095만 파운드(약 2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그리고 참사에 가까웠던 정규리그 부진의 아픔도 어느 정도 상쇄했다. 무엇보다 다음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었다는 것이 크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챔스에 나가는 팀과 나가지 못하는 팀의 수익은 천지차이다.
전환점이 필요했던 토트넘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자국 대회도 아니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라 효과는 더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