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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며, CDMO(위탁생산) 사업 집중과 바이오 투자 플랫폼 육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간의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양사가 각자의 정체성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이 CDMO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신약 개발 기반의 외연 확장까지 염두에 둔 구조적 개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사회를 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 산하로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분할 비율은 삼성바이오로직스 65%, 신설법인 35%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0%는 신설 법인이 고스란히 승계하게 된다. 이번 인적분할은 오는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월29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이 이뤄질 예정이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은 CDMO 중심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의 수주 확대를 위해 방화벽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자회사와의 물리적 분리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제거하고 본업인 CDMO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인적분할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삼성그룹 바이오 전략의 이원화를 본격화하는 조치"라며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안정적인 시밀러 수익을 기반으로 JV 설립, M&A, 글로벌 제휴 등 전략적 성장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투자 지주회사인 '노보홀딩스'와 유사한 구조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한 시밀러 개발사를 넘어 삼성 바이오 생태계의 핵심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신설법인의 수익 구조와 시장 환경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수주 경쟁력 강화와 이익률 개선 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기업 가치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개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고, 글로벌 약가 인하나 관세 이슈 등 외부 변수도 상존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인적분할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