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부모가 '베이비 디깅족'으로 뜨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삼송 스타필드 유아용품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 중인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요즘 엄마들은 '국민템' 잘 안 사요."

지난 1월 출산한 30대 중반 육아맘 A씨는 육아용품 구매 기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민 유모차' '국민 카시트' 등 육아용품 시장을 지배했던 키워드 '국민'은 이제 옛말이다. 대신 새롭게 육아용품 시장에 등장한 키워드가 '베이비 디깅족'이다.


베이비 디깅족은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뜻을 지닌 '디깅'과 육아를 뜻하는 '베이비'가 합쳐진 신조어다. 베이비 디깅족이 육아용품 시장 주요 소비자로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90년대생 부모가 온다… "무조건 리뷰 확인해요"

지난 1월 출산한 초보엄마 A씨(30대 중반)는 유아용품 구매 전 리뷰를 꼭 확인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독일 프리미엄 카시트 브랜드 레카로 제품 고객 후기의 모습. /사진=레카로 구매 페이지 캡처

A씨는 지난 1월 출산한 초보 엄마다. 하지만 육아용품에 있어서는 남다른 정보를 가졌다고 자부했다.

A씨는 육아용품 선택 기준에 대해 "최대한 우리 아이한테 맞는 걸 찾으려 한다"며 "육아용품도 워낙 다양해서 맘카페나 상품 리뷰를 엄청 꼼꼼하게 보고 매장에 직접 가서 실제로도 본 다음에 결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민템으로 불리는 육아용품 구매에 대해선 "요즘 국민템 사는 엄마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예전에 국민템으로 인기였던 제품은 하나도 산 게 없다. 유모차, 카시트 같은 제품은 한정판으로 샀고 옷이나 소모품은 가성비 괜찮은 제품을 검색해보고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엄마들 대부분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11월 출산한 30대 초반 B씨도 A씨와 비슷했다. B씨는 육아용품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후기를 많이 확인하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아이에게 쓰이는 물건이다 보니 안전성이나 성분 등도 확인하고 써본 사람들의 후기를 몇십개 정도는 체크하고 구매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정판으로 나오는 유모차, 카시트, 아기띠 등도 저가 상품에 비해 비싸지만 후기가 괜찮으면 구매하게 된다"며 "기저귀 같은 소모품과 달리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고 안정성이 중요한 제품이다 보니 비싸도 구매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프리미엄 유모차 잉글레시나의 기내 반입 휴대용 유모차 '뉴 퀴드2' 알파카 베이지 제품은 완판됐다. 잉글레시나는 당시 잉글레시나는 해당 제품 4차 입고 분량이 입고 5일 만에 전량 소진됐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독일 프리미엄 카시트 브랜드 레카로는 컨버터블 카시트 '제논'이 출시 열흘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90년생 부모, 유아용품 한정판에 마음 뺏긴 이유는?

90년대생 부모는 본인들이 자라온 것보다 자녀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삼송 스타필드 유아용품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 중인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양수진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90년대생 부모에 대해 "90년대생 소비자들은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의식 있는 소비와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검색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0년대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중시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에는 고민 없이 지갑을 여는 특성이 있다"며 "본인들이 자랐을 때보다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자녀는 특별한 경험이며 죄책감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이유 있는 소비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90년대생 부모가 차별화된 육아용품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선 "80년대생 부모는 감정적으로 물질적으로 결핍된 상태로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결핍된 것을 채워주는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며 "반면 90년대생 부모는 결핍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본인들이 받은 것을 기반으로 다 나은 양육을 해주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90년대생 부모가 관심을 보이는 유아용품 한정판 인기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며 "90년대생보다 더 결핍이 없는 00년대, 10년대생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저출산 기조가 있고 키울 능력이 없으면 낳지 말자는 기조로 출산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는 가구 자체가 감소해 육아용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축소됐지만 개인 소비자의 소비력은 아마 더 향상될 것"이라며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삼촌, 이모 등 다른 가족 관계로 소비력이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