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공개 지지를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는 노동도 알고 기업도 아는, 국가를 '경영할' 통치자"라고 평가했지만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끝까지 호소하라"고 조언했다. 이준석 후보를 향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며 선을 그었다.

오찬은 이날 정오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약 70분간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54분께 도착해 김 후보와 뜨겁게 포옹하며 "빨간 넥타이 메고 왔다"며 반가움을 드러냈고, "내가 깨끗한 김문수를 당선시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회동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인사로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김 후보 측에서는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과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에게 "노동부 장관을 지낸 후보가 기업 문제와 노동 현실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며 "기업이 한국을 떠나려는 지금, 누가 진짜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현대차, 삼성도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규제 철폐와 노동개혁 없이는 기업이 버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건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자영업자·대기업을 나눠 세밀하게 설계하라"고 조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선 "그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통치하는 데 그치겠지만 김 후보가 되면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정책 조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한미 관계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내 통이 되면 한 달 안에 미국 가서 트럼프를 먼저 만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후보가 "정권교체를 못 하면 경제가 무너진다"고 답하자 이 전 대통령은 "김문수라면 해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단일화와 관련된 직접적인 요청은 없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준석 관련 당부는 없었고, 진정성 있게 국민께 호소하라는 말씀 정도였다"며 "오늘 만남은 단일화 국면을 넘는 김문수 지지의 흐름을 만드는 계기"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이낙연 전 총리의 흐름이 동시에 김 후보로 향하고 있다"며 "이견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김문수 단일후보로 여론을 모으는 마지막 흐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