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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잇따른 전산사고에 대응해 증권·자산운용사 CEO들에게 '4호 CEO 레터'를 발송한다.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리스크 요인을 전달하며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28일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대응과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최근 발생한 전산사고 유형과 대응 방안 등을 담은 CEO 레터 4호를 이날 각 금융투자회사에 발송한다"고 밝혔다.
CEO 레터는 금감원이 주요 리스크 요인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각 회사 CEO에게 직접 전달하는 문서다. 기존의 공문 형식과 달리 현장에서 파악된 문제 사례와 개선 방향, 타사 우수사례 등을 함께 담아 경영진이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감원은 앞서 총 세 차례 CEO 레터를 발송한 바 있다. 1호는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2호는 부동산신탁사 전수 점검 결과, 3호는 채무조정 실행 과정에서의 직무 분배 미비점 등을 주제로 삼았다. 이번 4호는 전산 시스템 오류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최근 증권사 전산 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달 6일 약 1시간 동안 HTS(홈트레이딩서비스)·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에서 미국 주식 주문 지연이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앞서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주식 체결 조회 지연 등 트레이딩 시스템 오류를 겪은 바 있다.
이처럼 전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스템 관리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5년간 금융권 전산장애는 총 176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장애 시간은 48만4628시간, 피해액은 295억원을 넘겼다. 원인별로는 프로그램 오류(722건), 시스템·설비 장애(564건), 외부 요인(366건), 인적 재해(106건) 순이었다.
함 부원장보는 "CEO 레터는 단순히 '주의하라'는 추상적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 사례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함께 담은 실용적 수단"이라며 "CEO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이고, 경영진이 조직 전반의 리스크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향후 CEO 레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레터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타 금융사도 참고할 수 있도록 사례 아카이브를 시계열로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