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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부상하자 글로벌 주요국들은 앞다퉈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사례를 벤치마킹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EU(유럽연합) 등 주요국들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실사용 확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명확한 규제 체계마저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 뒤처졌다는 우려다.
글로벌 시장, 정부·민간 협력 통해 스테이블코인 '선점' 총력
글로벌 국가들은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규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의 경우 기술력 강화를 기반으로 실사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미국은 정부의 제도화 작업과 함께 민간 기업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나타나는 대표적 국가다. 미국 상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 자산으로 공식 인정하는 초입에 들어섰다.
서클(Circle), 페이팔(PayPal), JP모건 등 가상자산 발행사와 핀테크, 금융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인프라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USDC, 페이팔은 PYUSD, JP모건은 JMP코인 등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본격 시행 중이다. 특히 통화청(MAS) 주도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확정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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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워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준비금 보유 ▲상환 의무 ▲공시 요건 등을 부과한다. 이를 충족한 스테이블코인에는 'MAS 스테이블코인' 라벨을 부여한다.
일본은 명확한 규제 기반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시도하며 안정성 중심의 프레임을 구축했다. 2023년 개정된 자금결제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발행은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체업자 등 공공성이 강한 기관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도 인가를 받은 국내 사업자만 가능하도록 규제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프로그맷 코인(Progmat Coin)' 플랫폼을 통해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준비 중이며, 일본 금융 대기업 SB의 가상자산플랫폼 VC 트레이드는 서클(Circle)의 USDC 스테이블코인을 일본에서 지원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EU는 2023년 발효된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제도권으로 편입시켰다. 해당 규정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준거형(AART)과 전자화폐형(EMT)으로 구분하고 ▲자본 요건 ▲준비금 관리 ▲발행 등록 ▲공시 의무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외 ▲홍콩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들도 규제 마련과 실사용 확대에 나서며 스테이블코인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화 주권 확보와 금융 안정 유지를 위해 글로벌 국가들은 스테이블 코인 입법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미국 상원에서 '지니어스 액트'를 통과시키는 등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본격화 되며 제도적 진전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뒤처진 한국, 제도권 편입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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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민간 기업의 발행도 허가 되지 않았으며 명확한 규제 체제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과 감독 규정 등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세부 내용은 공백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에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올해 하반기 스테이블코인 규율과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 요건, 상장 공시 기준 등까지 아우르는 통합 입법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실험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실험 중이다. 프로젝트의 핵심인 '예금 토큰'은 개인의 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전환하여 온오프라인에서 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점차 발전시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의 금융 인프라다. 한국도 글로벌 동향에 발맞춰 명확한 규제 마련과 실사용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허용은 하되 규제는 명확하게'라는 원칙하에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유연한 접근이 중요하다.
이선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실물 경제에 적극 통합하며 실사용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민간 주도의 실험조차 어려운 '선 규제 후 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물론 법적 지위와 인가 절차 역시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혁신의 기회를 선점하지 못하고 열외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도 글로벌 시장의 입법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글로벌 정합성과 국내 경제 상황이 반영된 제2단계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지급결제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활발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은행의 테스트와 더불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