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이동해 기자

#직장인 A 씨는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권고사직 처리를 해 줄 테니 사직서를 쓰라"는 말을 들었다. 회사는 "버텨도 어차피 해고할 수 있다"며 압박했고 A 씨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회사가 만든 사직서에 서명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의 36.6%가 출산휴가를, 42.4%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정규직의 경우 '출산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6.5%,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2.3%로 모두 정규직보다 15%포인트(p) 이상 높았다.

민간기업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중 28.8%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했지만,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중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57%에 달했다.


성별에 따른 응답 격차도 눈에 띄었다. 여성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7.7%로 남성(27.7%)보다 20%p 높았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들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제도가 일터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이번 대선으로 새롭게 구성될 정부에서는 일터를 민주화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