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허슬두'의 의미를 모르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이 부임 첫날 선수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허슬두'는 스포츠 경기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의 '허슬(Hustle)'과 두산의 첫 글자 '두(Doo)'의 합성어다.
조 감독대행의 작심 발언은 두산을 강팀으로 만든 허슬 플레이가 실종된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선수들의 각성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
조 대행은 지난 3일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감독이었던 이승엽 전 감독이 2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면서 퀄리티컨트롤 코치였던 조 감독대행이 선수단을 이끌게 됐다.
조 대행은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부터 다잡았다. 선수단과 미팅을 진행했고, 포기하지 않는 끈끈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고참 선수들에게는 팀 분위기를 흐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엔트리 변동을 통한 '확실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3일 경기를 앞두고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주전 선수들을 2군으로 내리고 그간 1군에서 기회를 받지 못한 김민혁, 김동준, 이선우를 1군에 올렸다.

아무리 부진하다고 해도 주축 선수들을 대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건 쉽지 않다. 더군다나 리그 9위인 두산은 1승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 대행은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주전 선수들에게 좀 더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경기에 임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1군 경기에 뛸 준비가 완벽히 됐다는 판단이 서야만 콜업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도 나타냈다.
1군에 올라온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 이들이 1군에서 눈도장을 찍어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면 주전 선수들에게는 자극제가, 백업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뎁스 강화로 이어진다.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두산에 필요한 선순환이다. 조 대행은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정상화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조 대행의 '충격 요법'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두산은 3일 KIA 타이거즈에 3-11로 대패했다. 선발 복귀전을 치른 곽빈이 3이닝 만에 조기강판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젊은 타자들로 꾸려진 타선도 7안타 3득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달라진 모습이 보여야 한다. 감독은 말로, 또 엔트리 변화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제 선수들이 응답할 차례다. 무기력한 패배가 아닌, 끈끈하고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그렇게 승리를 쌓다 보면 패배 의식을 떨쳐내고 반등할 수 있다.
조 대행은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산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