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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차관급 인사를 국민에게서 직접 추천받는 '국민추천제'를 시행한다.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인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법상 대통령 인사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고, 국회 청문 절차와 중복되며 검증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인사혁신처 HRDB 홈페이지와 대통령 공식 SNS, 전자우편을 통해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후보를 국민이 추천할 수 있는 접수 창구가 개방됐다. 추천된 명단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신원·재산·도덕성 등을 심사한 뒤 공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민이 주인이 돼 진짜 일꾼을 선택해 달라"며 국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같은 고위직 국민추천 방식은 현재까지 도입한 사례가 없다. 해외에서도 장·차관급까지 일반 국민의 추천을 받는 제도는 드물다. 일부 국가에서는 고위 공직 일부 직위에 대해 제한적인 공개추천제를 운영 중이다.
캐나다는 상원의원을 국민이 지원하거나 추천하면 독립자문위원회가 후보군을 압축해 총리에게 전달하고, 총독이 최종 임명한다. 영국은 정부 포털을 통해 800여 개 공공기관장과 위원장직을 상시 공모하며 최종 임명은 각 부처 장관이 맡는다. 뉴질랜드는 공공서비스위원회가 차관 및 부처 CEO 직위를 공모하고 내각이 결정한다.
다만 이들 사례 모두 국민 참여의 폭이 자문 단계에 머무는 반면 최종 인사권은 정치권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민추천제와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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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도 시행 과정에서 여러 쟁점이 드러날 전망이다. 헌법 제87조는 장관 임명을 국무총리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적 근거 없이 행정지침만으로 국민추천제를 운영할 경우 대통령 고유 권한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부터 대통령실 예비검증, 총리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절차가 늘어나면서 검증 기간이 길어지고, 결격 사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검증 부실에 대한 책임 회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모든 후보를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자료 접근권과 조사 권한은 과거 민정수석실보다 축소돼 있어 '검증 공백'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제도의 성패와는 별개로 검증 시스템의 투명성과 법적 기반 정비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경제·외교 부처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국정 드라이브에 나섰다. 국민추천제를 통한 인재 발굴과 함께 기존 인사 라인도 재정비해 '참여와 전문성' 두 축을 병행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