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오른쪽). /사진=뉴스1·머니S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지난 22일 법원이 KZ정밀(옛 영풍정밀)이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다음 주 '경영협력계약서'를 제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송달일로부터 9일 이내 해당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공휴일을 제외하면 예정일은 오는 1월 둘째주 중이다.

영풍·MBK 측이 송달을 거부할 경우 공개 시점은 예정일보다 늦어질 수 있다. 문서제출명령의 효력이 송달일을 기점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풍 관계자는 "소송 관련 사안이라 (송달 여부를)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협력계약서 공개는 영풍·MBK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당 계약은 2024년 9월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국면에서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MBK 소유 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간에 체결됐다.

그동안 고려아연과 KZ정밀은 경영협력계약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영풍과 MBK를 압박해 왔다. 계약 내용이 고려아연 인수합병 과정에서 MBK 측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공시를 보면 해당 계약서에는 '콜옵션 계약'이 포함돼 있다. 행사 기간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완료 시점부터 2년이 경과한 날과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영풍·MBK가 차지하는 날 중 빠른 날이다. 고려아연 인수합병이 성공할 경우 발동되는 구조다.


공시에 콜옵션 행사 가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MBK 측이 고려아연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 결정에 따라 공개될 계약 세부 내용에 이 같은 조항이 실제 포함될 경우 영풍은 고려아연 '헐값 매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영풍 경영진을 향한 배임 의혹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영풍 자금이 투입되는 고려아연 인수합병 과정에서 MBK 측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KZ정밀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이사진을 상대로 9300억원대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는 3월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주장할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풍 경영진 배임 의혹과 고려아연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경우 인수합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주장이 힘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개 시 파장을 고려해 영풍과 MBK 측이 송달을 최대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송달을 거부할 경우 즉각 강제할 방법이 없다. 송달이 수차례 지연될 경우 법원이 강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MBK 측에 유리한 계약이었다면 이미 공개했을 것"이라며 "독소 조항이 있기 때문에 공개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풍 측은 경영협력계약 공개 문제를 두고 로우키(low-key)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세부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 측과 고려아연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에 1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측에 약 10%의 지분을 배정했다.

영풍과 MBK 측은 해당 유상증자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 지분을 늘린다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유상증자 절차를 둘러싼 영풍·MBK 연합의 공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