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소설가 오한기는 첫 에세이 '소설 쓰기 싫은 날'에서 권태의 반복 속에서 다시 글을 쓰려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냈다. 작가는 2023년 가을부터 약 1년 동안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한 글 가운데 17편을 모았다.
책 제목처럼 그는 종종 ‘소설 쓰기 싫은 날’을 보낸다. 그런 날이면 노트북 앞에 앉는 대신 문밖을 나선다. 작업실을 나서 홀로 동태찌개를 먹고, 성가신 전화를 몇 통 받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서 그는 길가에 놓인 평범한 장면 속에서 다음 소설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걷기 위해 글을 미루었지만, 결국 글로 돌아온다. 출발점과 도착지가 같은 산책처럼,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떠났다가 결국 글로 돌아오는 반복된 하루가 이어진다.
오한기는 자신을 "20년 동안 똑같은 머리 스타일에 부루퉁한 표정, 구부정한 어깨를 한 사람"이라 표현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구획들 속에서, 그는 무력감과 분투하며 하루를 살아내지만 그 권태는 작가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무게와 그 속에서 건져 올린 작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책에는 글을 써야 하지만 써지지 않는 고통도 생생히 드러난다. "글을 써도 괴롭고 쓰지 않아도 괴로우니, 아예 글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고백은, 마감에 시달리는 작가의 내면뿐 아니라 모든 창작자들이 느끼는 근원적 괴로움에 닿는다.
또한 작가는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직장인 작가'이기도 하다. "출근 보고 메시지를 보내자, 오늘 시나리오는 얼마나 진행됐느냐는 회신이 왔다"는 문장에서는 사적 창작과 조직 생활이 혼재된 작가의 복합적 정체성이 드러난다. 글쓰기라는 개인의 작업이 어떤 구조 속에서 수행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 소설 쓰기 싫은 날/ 오한기 씀/ 민음사/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