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 7개월 만에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서승재(오른쪽)-김원호조가 '슈퍼 슬램'에 도전한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현재 한국 배드민턴 간판은 이견 없이 안세영이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 이후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고,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배드민턴계를 넘어 체육계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영향력까지 갖춘 인물로 거듭났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홀로 빛나는 느낌이 적잖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드민턴 팬들이 시선이 분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 조합의 활약상이 예사롭지 않다. 안세영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워낙 강렬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서승재-김원호가 걸어가고 있는 길도 눈이 부실 지경이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서승재-김원호 조가 '슈퍼 슬램'을 향한 첫발을 깔끔하게 내디뎠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 조는 23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중국오픈 32강에서 중국의 시에하오난-정웨이한(16위) 조를 34분 만에 2-0(21-14, 21-14)으로 완파했다.

2018년까지 복식 파트너로 활동한 서승재-김원호는 이후 각각 다른 파트너와 함께 대회에 나서다 올해 재결합했다. 공백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으나 곧바로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각종 대회 금메달을 수집하고 있다.


신년 벽두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서승재-김원호 조는 지난 3월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남자 복식조가 전영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정재성-이용대 이후 13년 만의 쾌거였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오픈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서승재-김원호 조는 지난주 끝난 일본오픈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최강의 남자복식 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전리품들이 쌓이면서 22일 BWF가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복식조가 BWF 랭킹 1위를 차지한 것은 이용대-유연성조 이후 9년 만이다.

안세영의 화려한 성과에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서승재-김원호의 행보도 충분히 눈부시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혼합복식까지 병행하던 두 선수가 올해 초 경기력향상위원회에 남자복식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협회도 받아들여 대회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도 잘 맞고 있다"면서 "이후 박주봉 감독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더 안정감을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선수가 짝을 이룰 때는 대표팀 코치진이 구성되기 전이다. 그러다 '복식의 달인' 박주봉 감독이 4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전설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서승재-김원호 조도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새롭게 꾸려진 조합이다 보니 아직 상대 팀의 분석이 덜 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성과는 예상치 못했다. 특히 '슈퍼 1000' 대회는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대회"라면서 "안세영 선수가 너무 잘하고 있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승재-김원호 조의 행보도 놀라운 성과다. 많은 팬의 성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박수를 보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올해 말레이시아오픈과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슈퍼 1000 3개 대회를 석권했다. 중국오픈까지 우승하면 한 시즌에 최고 레벨 대회를 싹쓸이하는 '슈퍼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사상 첫 '슈퍼 슬램' 도전자는 안세영뿐이 아니다.

7년 만에 재결합했는데 단 7개월 만에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놀라움으로 따지면, 안세영보다도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