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극적인 결승골로 무승에서 탈출했다. 승리가 간절했던 황선홍 감독도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펼쳐진 울산과 대전의 '2025 하나은행 K리그1' 23라운드가 1-1 스코어로 정규시간 90분을 소비했을 때, 황선홍 대전 감독과 김판곤 울산 감독의 표정은 모두 좋지 않았다. 두 팀 다 무승부는 원치 않는 결과였다.

리그 2위 대전은 최근 5경기 연속 무승부를 포함해 6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고 디펜딩 챔피언 울산 역시 4경기에서 2무2패 부진에 빠져 있었으니 공히 승리라는 보약이 필요했다. 그렇게 추가 시간이 흐르던 때, 승리의 여신이 대전의 손을 들어줬다.


홈팀 울산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던 대전은 추가시간 3분이 지났을 때 역습 찬스를 잡았고 김준범이 박스 안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 결승골을 뽑아냈다. 폭염 속 마지막 에너지까지 짜낸 선수들은 펄펄 뛰었고 황선홍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도 얼싸안았다. 최근 2경기 연속 '극장골'을 얻어맞고 승리를 날린 대전이라 더더욱 짜릿했던 승리다.

울산과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에 짜릿한 극장골 후 환호하는 대전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극장골'을 얻어맞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우리가 넣은 적은 많았지만 수비에 집중하다 버저비터를 허용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내가 당해보니 상대 감독의 심정을 알겠더라."

황선홍 대전 감독이 6월27일 제주SK와의 홈 경기가 끝난 뒤 전한 말이다. 당시 대전은 전반에 1명이 퇴장 당하는 악재에도 후반 33분 정재희의 골로 리드를 잡았고 승리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날 무렵, 제주 남태희에게 통한의 골을 내주고 무승부에 그쳤다. 수적 열세 속 일군 최상의 승리가 될 수 있었던 경기인데 허탈한 결과가 나왔다.


황 감독은 "후유증이 꽤 컸다. 쉬는 내내 문득문득 계속 생각났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만큼 상처가 큰 결과였는데, 곧바로 비슷한 아픔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아시안컵으로 인한 K리그 휴식기가 끝난 뒤 가진 첫 경기에서도 대전은 침통한 무승부를 경험했다.

7월19일 강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대전은 후반 5분과 14분 김현욱과 에르난데스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무승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듯 했다. 2-0으로 90분이 끝났으니 이번에는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후반 49분과 후반 50분, 거짓말처럼 2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로 그쳤다. 승점 2점을 잃어버린 것보다 심리적 타격이 엄청났을 무승부다.


최근 2경기 연속 극장골로 울었던 대전이기에, 이번 극장골 승리는 더 값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서 23일 울산 원정은 너무 중요했다. 선두 전북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연속된 무승부(5경기)로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 더 타격이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반전 시킬 수 있는 내용과 결과가 나왔다.

울산전에서 대전은 전반 42분 먼저 실점해 끌려갔다. 2분 뒤 울산에서 영입한 이명재의 동점골이 나와 곧바로 균형을 맞춘 것은 다행이었으나 좀처럼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외려 뒤로 갈수록 대전만큼 승리에 목마른 울산의 공세에 애를 먹었다. 경기 막판 이창근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패배로 끝날 수도 있던 분위기였다. 그 어려운 흐름을 버티고 막바지 '극장골'이 터지면서 역전승을 거뒀으니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극장골로 휘청거렸던 대전이 극장골 승리라는 보약을 먹고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축구 인생에서 수많은 롤러코스트를 경험했을 황선홍 감독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만큼 두고두고 곱씹힐 반가운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