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쓴 에이피알(278470)이 유럽 주요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온오프라인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국내 뷰티 제품을 사입해 수출하는 실리콘투(257720)의 주가가 출렁였다.
에이피알의 직접 영업이 확대되면 실리콘투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증권가는 오프라인 소매업자가 파편화돼 있는 유럽의 경우 실리콘투와 같은 벤더가 필요하다며 실리콘투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7일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리콘투의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에서 에이피알이 10%, 특히 유럽 매출의 약 30%를 차지했던 것으로 추정되기에 (에이피알의 유럽 진출에 대한) 우려가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실리콘투의 실적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에이피알은 B2B 매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B2C라는 새로운 매출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에이피알은 전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유럽 주요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거점 법인을 통해 기업 간 거래(B2B) 매출 외에도 온오프라인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발언 직후 실리콘투 주가는 전일 종가인 5만 1700원 대비 약 7% 하락한 4만 8100원까지 밀렸다.
에이피알 포함 국내 뷰티 브랜드 제품을 사입해 수출하고 있는 실리콘투의 사업 모델 측면에서 에이피알의 유럽 진출 소식이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는 이내 낙폭을 메우고 5만 2100원으로 소폭 상승마감했다. 7일도 1.35% 오른 5만 2400원을 기록하면서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이 연구원은 실리콘투가 에이피알 제품의 현지 B2B 유통을 담당하는 협업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에이피알이 자체적으로 B2C를 새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리콘투의 실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B2C로 판매할 물량이 부족해서 B2B 물량을 이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국내 주문자개발생산(ODM) 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그러한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아직 초기 단계인 K-뷰티의 유럽 진출 상황을 고려하면 실리콘투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유럽이 전 세계 화장품 수입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 비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 수준에 불과하다"며 "메인 벤더로서 실리콘투의 유럽 오프라인 시장 내 역할은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 화장품 시장은 미국과 달리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실리콘투의 강점으로 꼽았다. 유럽의 경우 오프라인 비중이 높고 소매 판매자도 파편화돼 있기에 실리콘투처럼 K-뷰티 제품을 다품종 보유하고 있는 유통 벤더가 힘을 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실리콘투는 전 세계 15개 현지 지사를 통해 550개 이상의 국내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