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두르고 유러파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린 손흥민 ⓒ AFP=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어쩌면 한국 팬들은 20년 만에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경험할 지도 모르겠다.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는 EPL에는 그동안 많은 한국 선수가 활약해 왔다. 2005년 첫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을 시작으로 이영표, 설기현, 기성용, 윤석영, 이청용, 손흥민, 황희찬, 양민혁 등 여러 세대를 거쳐 수많은 선수가 '꿈의 무대'를 누벼왔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던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2025-26시즌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EPL 1군 무대에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손흥민이 EPL을 떠난 게 가장 크다. 2015년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EPL을 누볐다.

'선배' 기성용과 이청용이 EPL을 떠나고 '후배' 황희찬이 울버햄튼으로 건너오기 전인 2020-21시즌엔 유일한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이기도 했다.


EPL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손흥민은 새 시즌부터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뉴캐슬 유니폼을 입고 프리시즌 경기에 나선 박승수. 2025.7.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현재 EPL에 적을 두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황희찬(울버햄튼), 김지수(브렌트포드), 양민혁(토트넘), 윤도영(브라이튼), 박승수(뉴캐슬)까지 총 5명으로, 숫자는 적지 않다. 다만 모두 1군 기회를 잡기 어렵거나 이적 가능성이 있다.

김지수는 출전 기회를 찾아 카이저슬라우테른(독일)으로 이미 임대 이적을 떠났다. 이번 시즌 브라이튼에 입단한 윤도영은 새 팀에 합류하기도 전에 엑셀시오르(네덜란드)에서 임대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퀸스파크레인저스(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임대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양민혁은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데뷔를 노리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손흥민을 떠나보낸 토트넘이 모하메드 쿠두스를 데려온 데 이어, 즉시 전력감 윙어를 1~2명 더 보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에서는 토트넘이 양민혁을 포츠머스(잉글랜드 챔피언십)로 임대해 경험을 더 쌓게 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박승수는 한국 투어에서 치른 팀 K리그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지만, 냉정히 말해 뉴캐슬이 당장 선발로 내보내려고 영입한 선수는 아니다.

울버햄튼의 황희찬 ⓒ AFP=뉴스1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은 "아직 박승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박승수는 뉴캐슬 연령별 대표팀에서 유스 EPL을 뛰거나, 마찬가지로 임대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2021-22시즌부터 활약해 올해로 EPL 5년 차인 황희찬은 남은 5명 중에서는 가장 이름이 알려진 선수지만, 현재는 입단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잔류가 불확실하다.

한때는 팀 내 최다 득점 공격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지난 시즌 막판에는 컨디션 난조와 부상이 반복돼 입지가 불안하다. 일각에서는 울버햄튼이 황희찬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다른 4명의 선수와 비교해 1군 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황희찬마저 이적하면, 이번 시즌 EPL에서 뛸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다만 새로운 프리미어리거의 합류와 같은 변수가 있긴 하다.

일례로 프랑스리그 파리생제르맹(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의 EPL 영입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 등이 적극성을 띄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적설에 휩싸였던 이강인은 한때 자신의 SNS 프로필에서 파리생제르맹을 삭제하는 등 결별단을 예고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잔류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