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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삼성·메리츠·하나·신한·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본격화하면서 증권사들이 조직 역량 확충과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발행어음 시장이 확대되면 단기간에 수십조원 규모 모험자본 공급으로 이어져 산업 혁신과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에 대해 본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 금융위 안건소위원회에서 심사 지속을 결정하면서 최종 인가 여부는 오는 11월께 나올 전망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는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으로 2017년 한국투자증권이 첫 인가를 받은 이후 벤처·중소기업 투자에 자금을 공급해온 제도다. 그동안 부동산에 편중된 증권사들의 자금을 모험자본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증권사들은 인가 심사 기간 관련 부서를 정비하고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준비 중이다. 삼성증권은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심사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신금융기술회사(신기사)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누적 5조원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 계획을 내놨다.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TF(태스크포스)를 정규조직으로 승격,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투자 운용 부문 산하에 배치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혁신·벤처기업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소싱·운용·판매·내부통제를 총괄하는 TFT(태스크포스팀)를 운영 중이다. 특히 모험자본 디지털플랫폼을 구축해 투자 요청부터 심사·집행까지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 초기 혁신기업의 자금 수요를 선제적으로 충족할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그룹 차원의 투자 역량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자금 조달과 VC(벤처캐피털)·신기술조합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IB(기업금융) 빅딜 경험을 바탕으로 리테일 고객 중심 안정적 조달을 추진하고, 부동산 비중을 최소화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업계는 5개 증권사가 모두 인가받을 경우 단기간에 20~30조원 규모의 신규 모험자본이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국내 혁신 생태계 활성화와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인가 여부에 따라 내년 상반기 자본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 산업 혁신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