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시·평론·산문과 미발표작을 한데 모은 '김기림 전집'(전 3권)을 펴냈다.
김기림(1908~?)은 일본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귀국해 '구인회' 활동로 한국 문학에 모더니즘을 도입했다. 또한 그는 감상적 낭만주의를 비판하고 도시 문명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했다. 해방 후 월남했으나 한국전쟁 중 납북돼 사망 연도를 확인할 수 없다.
전집은 원문 주석과 현대어본을 함께 실어 연구자와 일반 독자가 모두 읽기 쉽게 구성했다. 시는 발간 순서에 따라 정리했고, 평론과 산문은 단행본과 지면 수록본을 함께 추적해 편입했다. 작품의 개작과 변모를 비교할 수 있게 본문 배열을 설계했다.
1권은 시 전집이다. 장시 '기상도'(1936)와 창작 시집 '태양의 풍속'(1939), '바다와 나비'(1946), '새노래'(1948)를 발간 순서대로 수록했다. 미수록 시도 발굴해 더했고, 난해 어구에는 주석을 달아 독해를 도왔다. 작품마다 현대어본을 앞세워 접근성을 높였다.
2권은 시론과 평론을 모았다. '시론'(1947), '시의 이해'(1950), '문학개론'(1946)을 정본으로 삼았다. 신문·잡지에 남은 평론을 샅샅이 찾아 현대 표기로 다듬어 뒤에 실었다. 외국 인명과 작품명은 주석으로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3권은 산문과 기타다. 수필집 '바다와 육체'(1948), '문장론신강'(1950)을 정본으로 삼아 현대 표기로 교감했다. 단행본에 묶이지 못한 산문과 지면에 발표된 소설·희곡도 함께 묶었다. 말의 기능과 기술을 다룬 글들은 김기림의 수사학을 한눈에 보여 준다.
이번 전집은 분단과 전쟁으로 흩어진 김기림의 작품을 정본으로 복원해 한국 모더니즘의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다. 문학 연구자는 정본 텍스트로 논의를 갱신할 수 있고 일반 독자는 현대어본으로 문체의 현장을 체감한다.
△ 김기림 전집(전 3권)/ 권영민 엮음/ 민음사/ 14만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