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에 돌입한다. 지금부터는 감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축구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이 선수들 동기부여가 가장 클 때"라고 했다. 여기에서 '지금'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본선에 대비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돌입하는 시점을 뜻한다. 현재 미국에서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홍명보호의 상황이 '지금'이다.

관계자의 말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아시아 예선을 치르면서 큰 틀에서의 선수 파악은 끝났다. 체크할 선수들은 다 확인했다. 지금부터 감독은 쓸 수 있는 카드들을 다시 검증하며 가장 좋은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미국 원정길에 오르며 "북중미 월드컵이 앞으로 10개월 남았다. 본격적으로 월드컵 체제에 들어간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회가 개막하는)내년 6월에 어떤 선수들이 경쟁력 있는지 실험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부터 대표팀에 승선하는 선수들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갈 확률이 커진 이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정이다. 특히 최종 엔트리 합류와 탈락 '경계'에 있는 선수들은 안간힘을 써 경쟁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서 내부 경쟁이 가장 뜨거워질 때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훈련 전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5/뉴스1

늘 그렇지만 감독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다. 선수들의 경쟁을 부추겨 팀 전력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팀의 결속력을 높여야 한다. '감독의 시간'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7일 오전 6시(이하 한국 시각) 미국 뉴저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평가전을 갖는다. 대표팀은 10일 오전 10시 테네시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와 한 번 더 경기하고 미국 원정 일정을 마친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대륙 예선과 아시안컵 등을 소화하느라 아시아 국가들과만 겨뤘던 대표팀이 2년 만에 스타일도 실력도 확연히 차이 나는 상대와 겨루게 된다. 홍명보 감독도 정예 멤버를 모두 소집했다.

부상을 입은 황인범이나 조유민,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는 황희찬 등 아쉽게 제외된 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깜짝 발탁' 없이 들어올 만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어머니의 나라'를 택한 한국-독일 이중국적의 옌스 카스트로프, 부상에서 회복한 베테랑 수문장 김승규 등 새로운 플러스 요인도 있다.

선수들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본선까지 10개월이나 남았고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물론, 감독이 결코 특정하진 않겠으나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등 사실상 본선행이 예약된 핵심들은 분명 있다. 부상으로 빠진 황인범도 그렇다. 그러나 본선 엔트리에 이름 올릴 다수는 지금부터 시작될 '검증의 시간'에서 결정된다. 동료들이 곧 경쟁자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5/뉴스1

월드컵 본선 엔트리를 확정해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대표팀 내부 분위기가 이전과 확 달라진다는 게 경험한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모든 이들의 꿈인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선수와 문턱에서 좌절하는 선수가 공존하는 공간이니 당연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땐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대부분이 '희망'을 품고 있을 시점이다. 그래서 리더의 지휘가 중요하다. 팀이 정체되면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그런 아픔을 겪은 홍명보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목이다. 시종일관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6월 어떤 선수의 폼이 가장 좋은가"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부추겨 개인과 팀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하지만 과열되거나 분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주전도 백업도 심지어 나중에 탈락할 수 있는 선수들도 '원팀'을 유지해야 한다. 선수들도 혼신의 힘을 다하겠지만, 감독의 고독하고 힘든 싸움도 본격적으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