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휴림로봇이 지난해 이큐셀 인수를 명분으로 조달한 약 750억원의 자금 중 대부분을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이큐셀 투자에는 304억원만 투입했을 뿐 나머지 자금은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휴림로봇은 지난해 7월 이큐셀 인수를 위해 일반공모를 통해 597억원을 유상증자하고, 15회차 전환사채(CB) 150억원을 발행해 총 74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실제 이큐셀 투자에 사용된 자금은 228억원에 그쳤다. 휴림로봇은 23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이큐셀 지분을 먼저 확보한 후, 이화그룹 측에 74억원을 지급해 총 46%의 지분을 확보했다. 올해 6월말 기준 휴림로봇의 이큐셀 지분율은 48.27%다.
문제는 나머지 443억원의 사용처다. 휴림로봇은 먼저 휴림인베스트먼트대부에 대해 출자금(50억원)과 CB(50억원)을 합쳐 총 10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파라텍의 CB 인수에 150억원, 휴림에이텍의 CB 인수에 80억원을 각각 사용했다. 여기에 휴림로봇이 지난해 발행한 15회차 CB를 일부 중도 상환하는 데 60억원을 투입했다.
결국 일반 주주들의 돈으로 휴림로봇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파라텍의 경우 휴림로봇이 휴림인프라투자조합(62.75%)을 통해 간접 지배한 회사(9.43%)다. 파라텍의 CB 투자를 통해 지배력을 견고히 한 셈이다.
일부 투자자 15회차 CB 인수 후 전환…100억원 이상 시세 및 평가차익 거둬
15회차 CB의 처리 과정도 문제다. 해당 CB는 지난해 7월 비엘코스메틱1호조합이 최초 인수했다가 올해 2월 휴림로봇이 60억원에 되사왔다.이후 지난 7월23일 재인수한 CB물량을 어드밴스(7억원), 네옴투자조합(30억원), 시그널투자조합(23억원) 등에 재매각(82억원)했다. 이들 투자자들 포함해 재매각한 당일 CB물량(150억원) 전량이 전환 청구됐다.
15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627원이다. 전환 시점에 휴림로봇 주가는 3000원대로 이를 고려하면 적어도 100억원 이상 시세 및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휴림로봇이 자기 CB를 직접 보유했다면 더 유리했음에도 특정 투자조합에 시세차익을 몰아준 형국이다.
여기에 기발행주식의 8.36%에 달하는 신주 발행으로 일반투자자의 투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환청구 소식 이후 주가는 단기적으로 하락 조정되며, 3000원대에서 23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휴림로봇은 당초 이큐셀 인수를 위해 대규모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했으나 이후 타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자금을 사용했다"며 "이로 인해 일반 주주들의 자금을 활용해 지배구조 강화에 사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큐셀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으나, 매출원가와 판관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44.1% 감소한 2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타손실의 증가로 당기순이익은 –3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