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에 올라탔다.

다음달 23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축소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줄어든 데다 저성장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 여력이 생겨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내렸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9개월 만에 금리 인하 결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처음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 둔화를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날 공개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도 경기 우려가 반영됐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가 3.9%(6월)에서 3.6%로 0.3%포인트 떨어졌다. 연준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번 정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 의장은 인하 배경에 대해 "고용의 하강 위험이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과 고용 위험 간) 균형이 바뀌었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좀 더 중립적인 정책 입장을 향해 또 다른 조처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차 1.75%포인트 줄어… 0%대 저성장 대응 인하 카드 거론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줄었다. 한·미국 금리 차가 축소되면 국내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 가능성이 줄었고 한은의 통화 정책 운신에 폭이 커졌다. 다만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이 여전히 변수다. 정부의 6·27 대책에도 서울 강남권, 마포구, 성동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보여서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된 3월24일부터 9월2일까지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3만3598건으로 이전 동기간(2만8202건)보다 19.1%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토허제가 전면 확대된 3월 말 대비 7월 서울 아파트값은 3.45% 올랐다. 특히 규제 지역인 송파구는 7.65%나 뛰었고 서초구(6.55%), 강남구(6.43%) 역시 6% 이상 상승했다. 강남·용산을 규제로 묶었지만, 상승 흐름을 막지는 못한 셈이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지난 11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서울 지역 주택가격 상승세와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히 큰 만큼 9·7 주택공급 대책의 효과와 완화적 금융 여건의 주택가격 기대 영향 등을 점검하며 추가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한은의 연내 1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은도 연내 한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은도 최근 경제에 대해 개선 시각을 보이는 만큼 급히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며 10월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