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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룰루레몬' 등을 취급하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OEM(주문자위탁생산) 기업 영원무역에서 오너 3세가 지분을 취득하면서 승계 밑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47)이 자신의 딸에게 비상장사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을 두고 옥상옥 지배구조를 이용한 승계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원무역이 이와 관련된 부당지원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올랐던 전력이 있어 다시 한번 감시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 부회장의 딸인 구서진양(17)은 올해 두차례에 걸쳐 영원무역홀딩스의 주식 550주(0.004%)를 장내매수하면서 특수관계인 명단에 올랐다. 영원무역그룹의 3세가 최대주주 특수관계자 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양은 지난 4월 성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래이앤코의 지분 30%도 증여받았다.
이를 두고 영원무역이 3세 승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는 '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로 이어진다.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가 지주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다. 성 부회장은 2023년 3월 아버지 성기학 회장(78)에게 YMSA 지분 과반을 물려받으면서 영원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성 부회장 체제에서 영원무역은 실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지난해 매출은 3조51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155억원으로 50.5%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496억원, 228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내 성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오는 10월1일 열리는 영원무역의 임시주주총회 안건에는 성 부회장의 임시 의장 선임이 포함돼 있다. 당초 부동산 개발업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만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지난 15일 해당 안건이 추가됐다. 영원무역 측은 이와 관련해 "부득이한 일정과 겹쳐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성 부회장이 비상장사를 통해 지분을 넘겨받아 그룹 내 입지를 키웠던 것처럼 구양으로의 승계도 래이앤코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상장사의 경우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증여세를 줄일 수 있고 배당 등을 통해 승계 재원도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 오너일가에 유리하다.
이런 방식이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논란으로 이어져 공정위의 규제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평소 대기업집단의 오너 일가에 부당한 방식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 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의 주력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집단 내의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2023년 성 회장 그룹 일가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성 부회장이 성 회장의 YMSA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YMSA에서 돈을 빌려 증여세 850억원을 납부했다. YMSA는 대출금 마련을 위해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 만촌동의 빌딩을 영원무역에 매각했고 이에 따라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구양의 주식 매수와 관련해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취득하면 공시하게 돼 있다"며 "공시에 나온 내용 그대로"라고 말했다. 사익편취 규제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향후 상황을 잘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오너 3세 등장을 계기로 영원무역의 지배구조와 기업 승계 과정이 또다시 공정위의 감시망에 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