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계속되는 업황 부진 속 대규모 증설로 공급과잉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현장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산업현장 안전관리를 중요시하는 만큼 샤힌 프로젝트 역시 정책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샤힌 프로젝트 건설 공사 현장에서 가설 구조물(비계)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가설 건물 사이를 잇는 2m 높이 통로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7명이 다쳤고, 이 중 2명은 병원이 이송됐다. 이들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허리와 무릎, 목 등에 통증을 호소했으며, 검진 결과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노동자 수십 명이 퇴근 절차를 밟기 위해 해당 발판 위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안전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속 노조는 지난 여름에도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한 달에 20여 건의 사고가 일어났다"며 "폭염 속에서 온열질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개인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아닌 공사 기간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한 배관공이 수압 테스트 중 날아온 블라인드 플랜지에 왼쪽 팔을 맞아 분쇄골절로 수술받았다. 고정된 체인블록 슬링벨트가 끊기면서 추락해 배관공 머리와 안면을 타격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과거에도 같은 지역에서 전사적으로 안전사고가 반복됐던 만큼 샤힌 프로젝트의 안전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단 우려다. 거듭되는 문제에도 이전 정부의 느슨한 대응을 틈타 회피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개선 가능성 역시 낮단 분석이다.
2018년 울산 온산공장에선 탈황공정 반응기 촉매 교체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반응기 내부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높이 7~8m 높이의 타워 형태 반응기 내부에 설치된 사다리를 오르던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심폐소생술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2022년에는 정비 후 재가동하던 설비 부탄(C4) 누출로 폭발·화재가 일어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 원·하청 노동자 9명이 숨졌다. 설비 2개 중 한쪽 부탄이 부족해 다른 쪽에서 끌어오고 작업 순서를 어긴 채 두 번째 설비를 우선 가동하면서 일어났다.
특히 해당 사고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에쓰오일이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재판부가 회사에 유리한 내용으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직접 판단할 사안도 사측의 의견을 구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서다.
검찰 공소 단계에서도 '반쪽짜리 기소'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에쓰오일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외국계 기업으로 첫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후세인 알 카타니 전 대표이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이민호 전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위임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했다. 이 전 책임자는 위험성 평가 절차와 안전 매뉴얼 등을 모두 마련해 관련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회피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 관측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에쓰오일의 노동자 안전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안와르 알히즈아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무산됐다. 환노위 국감에서 다루려던 사안에 대해 회사가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 출석이 취소됐다는 건데, 이후에도 노동자 사고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감 피하기'로 비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노동환경·산업안전 규제 강화 기조를 나타내고 있어 에쓰오일에 대한 관리·감독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 사고 재해에 대해 "아주 심하게 이야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고 했다.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검토해 봐도 좋을 것"이라며 고강도 제재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