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하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 경사의 당직 팀장이었던 경위가 상황실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 관련 담당 팀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돌고래전망대에서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 /사진=뉴스1

갯벌에 고립된 70대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 경사와 사건 당시 함께 근무한 당직 팀장이 상황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22일 뉴스1에 따르면 A 경위는 지난달 11일 오전 2시30분쯤 이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실에다가 얘기는 안 했어. 얘기하면 또 난리 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이에 이 경사는 "일단은 한 번 가서 요구조자를 확인해보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해당 녹취는 최근 검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경사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A 경위가 해경 무전 시스템이 아닌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통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다.

A 경위는 지난달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노인 구조 작업에 규정을 어기고 이 경사를 홀로 투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사건 직후 일부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고, 지난 16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됐다.

A 경위는 22일 예정된 국정감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이 경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상세히 설명해 드리는 게 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지금 가장 좋아하고 의지하던 팀원을 잃은 그날부터 자살 충동과 공황장애 등 다양한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감장에 출석해 그날 발생했던 상황에 대해 증언하며 잘잘못을 따지는 상황을 겪게 된다면 저의 심리상태는 다시 통제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 두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