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허위공시 등 자본시장 무질서 행위 엄단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이 각각 국무회의와 금융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사진=뉴시스

정부가 자본시장의 질서를 흐리는 무질서 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부당이득을 챙기면 해당 금액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초동 대응 강화, 불공정거래·허위공시 등의 엄단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이 각각 전날 국무회의와 이날 금융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7월9일 발표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의 후속조치이며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오는 28일(공포일, 잠정)부터, 개정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은 이날부터 시행된다.

시장감시체계 계좌기반→ 개인기반 전환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387조의2제4항에 의거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체계를 '계좌기반'에서 '개인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보처리 근거를 마련, '개인기반 시장감시체계' 가동을 개시한다.

거래소는 그동안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감시대상으로 해 시장감시 사무를 수행해 왔다. 이런 '계좌기반' 감시는 계좌주에 관한 정보 없이 시장감시가 이루어져 감시대상이 과다하고 동일인 연계여부 파악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시장감시 사무를 수행하는 경우 가명처리가 된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등)가 포함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회원사로부터 수신해 '개인기반'으로 시장감시 사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시장 감시체계가 '계좌기반'에서 '개인기반'으로 전환함에 따라 감시·분석대상이 대폭 감소(약 39%)해 시장감시 효율성이 제고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계좌 수 2317만개이며 주식소유자 수는 1423만명으로 894만개 감시대상이 줄어든다.

기존 계좌기반 감시체계에서는 쉽게 알기 어려웠던 동일인 연계여부 및 행위자의 의도 등을 더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돼 통정 매매·가장 매매 등 위법행위의 탐지·적발이 용이해 질 것으로 것으로 기대된다.

통정 매매는 자기가 매도(매수)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등을 매수(매도)할 것을 사전에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이다. 가장 매매는 증권 등의 매매를 함에 있어 그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거짓으로 꾸민 매매를 하는 행위를 뜻한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전체 회원사(57개 증권사)와의 시스템 시범운영을 거친 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 공포일에 맞춰 '개인기반 시장감시체계' 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몰래 챙기면 싹 쓸어간다… '부당이득 엄단' 정조준

불공정거래·공시위반 과징금 부과기준 등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 관련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제재 가중 근거 등도 마련했다.

그동안 불공정거래 기본과징금은 3대 불공정거래 행위(미공개중요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및 파생상품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의 누설이용) 등의 경우 부당이득의 0.5배부터 2배(법정최고액),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경우 0.5배부터 1.5배(법정최고액)까지 산정·부과할 수 있었다.
정부가 불공정거래·허위공시 등 자본시장 무질서 행위 엄단을 위한 조치를 내놨다. 사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뉴스1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은 불공정거래 엄단과 부당이득의 철저한 환수를 위해 과징금이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 이상' 부과될 수 있도록 과징금 부과기준을 강화했다.

3대 불공정거래 행위의 경우 부당이득의 1배부터 2배(법정최고액),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부당이득의 1배부터 1.5배(법정최고액)까지 기본과징금을 산정·부과하도록 부과비율이 상향됐다.

불법공매도 행위(자본시장법 제180조 위반)를 중대한 위반과 경미한 과실로 구별해 불법공매도 행위가 불공정거래에 관련됐거나 위반행위 은폐·축소 등으로 위반 여부 판단을 중대하게 저해한 경우, 원칙적으로 불법공매도 주문금액을 기본과징금으로 산정해 부과할 예정이다.

그동안 공시위반 기본과징금은 증권신고서, 공개매수신고서, 정기보고서, 대량보유보고,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위반 등 위반행위 유형별로 자본시장법(제429조)상 법정최고액의 20%부터 100%까지 산정·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더해 증권신고서 또는 공개매수신고서 공시의무의 경우 위반자(신고자) 외의 자인 최대주주인 이사 등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공시위반 과징금 부과기준도 강화했다. 기본과징금을 법정최고액의 40~100%까지 산정·부과할 수 있도록 부과비율이 상향됐다. 최대주주인 이사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도 공시의무 위반자(신고자)와 동일하게 20~100%에서 40~100%로 높아졌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는 등 직무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 과징금과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최대 5년)의 상향조정사유로 추가했다.

공시의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를 한 경우 등 상장기업 등의 허위공시도 공시위반 과징금의 상향조정사유로 추가 포함됐다.

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공시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거래소 공시에 대해서도 허위공시에 대한 제재 수준을 강화했다. 허위공시에 대해서는 위반행위의 중요도·동기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 벌점당 제재금의 상한액을 부과토록 하고 벌점의 감경사유 적용도 배제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 부과기준도 개선했다. 그동안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최대 5년)은 제한기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전에 먼저 면제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하고 면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제한기간을 산정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을 불공정거래시 과징금 등 금전제재와 '원칙 병과'할 수 있도록 과징금과 동일하게 불공정거래 행위자 등에 대해 제한기간을 먼저 산정한 후 감면여부를 판단하도록 개선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 등을 통해 이상거래 및 불공정거래 혐의를 더 신속하게 탐지·포착할 것"이라며 "과징금 등 제재 강화로 불공정거래, 허위공시 등을 엄단할 수 있게 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투자자 보호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