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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상반기의 깊은 부진을 털어내고 올해 3분기(7~9월)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산유국의 석유 공급 차질로 국제 정제마진이 급등한 것이 이번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은 2018억원, 에쓰오일은 2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정유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적 개선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국제 복합 정제마진의 급등이다. 이달 둘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최근 배럴당 13.1달러(약 1만8700원)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구매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초 경기 둔화 여파로 정제마진이 5달러대까지 낮아지면서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총 1조35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정유 공급이 크게 떨어지면서 정유 4사 전체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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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서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제마진이 폭등한 배경에는 러시아, 미국, 중동 등 주요 산유국의 석유 공급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이 정제마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는 지난 8월 이후 일일 정제 처리량이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인 50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이는 계절 평균 대비 최소 7%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셰브런 정유공장 화재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항공유와 윤활유 등의 수출 개선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의 항공유 수출 실적이 긍정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대미 항공유 수출 물량은 총 2815만4000배럴로 지난해 미국향 수출 항공유(3694만배럴) 기록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제 유가 하락세는 정유사들의 실적에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유사들이 미리 확보해 둔 원유의 재고평가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영업활동에서 이익을 냈더라도 회계상으로는 손실로 반영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배럴당 78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최근 경기가 침체하면서 20%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원유 재고 급증으로 올 4분기(9~12월) 유가 급락을 전망하기도 했다. IEA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54달러, 58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분기 정제마진 급등으로 최악의 시기는 지났지만 향후 국제 유가와 글로벌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