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논의 배제 요구에 대해서는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간주한다고 답했는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DMZ(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한국에 가고 있다는 것을 인터넷에 올렸다. 만약 만나고 싶다면 저는 그것에 분명히 열려있다"며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전화 서비스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은 있으나, 북한과 소통이 이뤄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사전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자신의 메시지를 보고 북한이 연락해오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저는 만남에 열려있다. 그와 좋은 관계를 맺었고, 그는 아마도 제가 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면서 "제가 열려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퍼뜨려도 된다. 정말이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말고도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들은 전화 서비스가 거의 없지만, 김정은은 제가 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저는 100% 열려있고, 김정은과 아주 잘 지냈다"고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취재진이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위해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부분에도 열려있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국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저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김정은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사실상 많은 핵을 가진 핵보유국이라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거쳐 오는 29일 방한한다. 한국에서는 1박2일간 머무르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등을 소화한다.
북한과의 회담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과 회담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 6월에도 김 위원장과 예정에 없이 깜짝 회동한 바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트위터를 통해 북미 회동을 공개 제안했고 이후 한국으로 이동해 32시간 만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