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3일 사망했다. 김영남은 김일성부터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까지 북한 3대 정권 변화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다.
정권 변해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
김영남은 1998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1년 동안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그는 1978년부터 2019년까지 41년 동안 정치국 위원을 지냈다. 이는 김정일 전 북한 국무위원장을 넘어선 기록이다.
김영남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인물이다. 북한 공직 생활에서 가벼운 질책조차 받은 적 없기 때문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 독일어에 능통해 북한 내에서 매우 똑똑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높은 직급과 능력을 지닌 그는 유난히 말조심에 철저한 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네바 체제 붕괴가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세현 전 장관이 김영남에게 개인적 의견을 말해달라고 했지만 공식 발언 외 그 어떤 말도 붙이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북한은 정권이 바뀔 때 숙청, 좌천 등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김영남 전 위원장은 북한 3대 정권 변화에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북한 정권 내에서도 고위급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징계 한번 받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다.
북한 고위급 사절단 단장으로 한국 땅 밟아… 개회식서 눈물 흘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영남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개회식에서는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까지 여러 국제 행사에 참석하며 북한을 대표해 자리를 채웠던 김영남은 고령으로 점차 자신의 업무를 줄였다. 2018년 이후 자신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최룡해에게 물려주고 은퇴했다.
은퇴 후에도 북한의 굵직한 행사에선 얼굴을 비쳤다. 지난해 7월9일 96세의 나이로 김일성 30주기 추도식에 자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결국 당시 행사 이후 주요 행사에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4일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지난 3일 김영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는 남북분단 이래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북한에서 관료로 일했던 인물로 1998~2009년에는 명목상 국가원수 지위도 가지고 있었다. 김영남의 장례는 국장으로 거행되며 김정은 위원장, 최룡해, 박정천, 노광철, 최선희 등 현재 북한 정권 고위급 인사들 모두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