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 시각) 마이클 버리 펀드 매니저의 공매도 포지션 공개로 'AI 거품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9%, 삼성전자는 8%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나스닥 하락세와 맞물린 국내 반도체 시장의 약세는 일시적인 우려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공개된 마이클 버리의 포지션은 3분기 팔란티어 9억1200만 달러(약 1조3200억 원), 엔비디아 1억8700만 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풋옵션 순매수로 이미 한 달 전 내용이기 때문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발 우려와 달리 견조한 실적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도 HBM·D램·낸드플래시 포함 물량이 이미 완판됐다"며 "국내 반도체 시장 분위기는 좋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다"며 "2026년 반도체 전 제품 완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미국 한 펀드 매니저의 포지션으로 '버블론'이 일어난 셈이다.
미국의 우려도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팔란티어의 3분기 매출은 11억8000만 달러(약 1조7097억 원)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공개된 마이클 버리의 포지션은 9월 30일 기준인데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약 11%, 팔란티어도 약 14% 올랐다. 이미 해당 포지션은 손실을 기록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클 버리는 2021년 1분기 테슬라 공매도 포지션을 매입했는데 6개월간 테슬라 주가가 45% 올라 손실을 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우려와 달리 한국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향후 실적에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글로벌 AI 업체들이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DDR5·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다양한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 삼성전자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2나노(나노미터) 대형 고객 수주 등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