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ADC(항체-약물 접합체) 성과 창출을 위해 R&D(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사진은 에이비엘바이오 R&D 비용 추이. /그래픽=강지호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를 바탕으로 올해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R&D(연구·개발) 비용을 늘려 이중항체 ADC(항체-약물 접합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추가 성과를 꾀할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그랩바디-B 관련 두 차례 기술이전 계약을 따냈다. 미국 일라이 릴리와 3조8072억원 규모, 영국 GSK와 4조110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약 8조원에 달하는 빅딜을 이끌었다. 두 계약은 계약금과 임상·허가·상업화 등의 성공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으로 구성됐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는 약물이 BBB(뇌혈관장벽)를 투과해 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릴리는 다양한 모달리티(치료법)를 기반으로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복수의 비공개 타깃 후보물질을 개발할 예정이다. GSK는 그랩바디-B를 적용한 복수의 신규 타깃 후보물질 개발에 나선다.

그랩바디-B로 기술이전 성과를 낸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R&D 투자 비용을 늘리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1~3분기 R&D 비용으로 722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연간 R&D 비용(75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전년 동기(511억원)와 비교했을 때 41.3% 급증했다.

이중항체 ADC 개발 본격화… ABL206 등 IND 예고

지난해 8월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늘어난 R&D 비용은 ABL206, ABL209 등 이중항체 ADC 분야 파이프라인에 집중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중항체 ADC는 링커로 이중항체와 페이로드(약물)를 결합한 의약품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존에 집중하던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이중항체 ADC는 기존 단일항체 ADC보다 개선된 안전성과 우수한 치료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ADC 성과는 올해 말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설립하고 이중항체 ADC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중항체 ADC 임상 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인 네옥 바이오는 에이비엘바이오와 함께 올해 말과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ABL206과 ABL209 IND(임상시험계획서)를 각각 제출할 계획이다.


두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은 내년 중반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초기 임상 데이터는 오는 2027년 공개될 예정이다. ABL206과 ABL209의 비임상 연구부터 IND 신청까지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맡고 임상 1상부터는 네옥 바이오가 전담한다. 빠른 임상 개발을 통해 이중항체 ADC 시장 내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게 에이비엘바이오 방침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중항체를 만들고 링커와 페이로드도 따로 붙여야 한다"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모달리티다 보니 올 1~3분기 R&D 비용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어난 R&D 투자 비용은 ABL206과 ABL209와 함께 비공개 연구에 주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