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원도심 부활을 상징했던 하동제일시장 재개발 사업이 10년 이상 장기 표류하면서 도심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선 8기 이충우 여주시장의 핵심 공약인 '전통시장 재생' 프로젝트가 사업성 부재와 복합 악재로 난관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20일 하동제일시장 인근 상인과 일부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는 철거된 시장 부지와 임시주차장만 남아있을 뿐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원도심의 시간이 멈춘 상태이며, 시장 재생 공약이 애초부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설계였던 것 아니냐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시청사 이전이 확정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근 상인들은 물론이고 주민들조차 개발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은 "시장이 철거되어 부지 형태만 바뀌었을 뿐, 도심의 침체는 그대로"라며 냉소와 함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982년 개장했던 하동제일시장은 지역 상권의 중심지였으나, 상권 이동과 건물 노후화 등으로 급격히 쇠락해 '도심 슬럼화'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현재 시장 부지는 지난해 철거 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 중이며, 인근은 노후 건물 비율 80%, 상가 공실률 40%에 육박하는 등 침체가 극심하다. 여기에 시청사 이전 확정까지 겹치며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주역과 가깝지만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원도심이 사실상 공동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충우 시장의 '여주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는 경기 실크 부지와 하동제일시장 일대를 연계한 대규모 복합개발 구상이었다. 당초 시는 7381㎡ 부지에 주상복합을 조성하고 LH 행복주택 120세대를 포함한 도시재생 거점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공기능(시 주장)과 수익형 개발(상인 요구)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했다. 또 시가 추진한 민간사업자 공모가 참여 저조로 무산되고, 핵심 파트너였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마저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사업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됐다. 지역 정치권은 공공과 민간이 모두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결정적 변수는 민선8기 시의 민간사업자 공모 실패였다.
여주시는 민간 주도로 복합문화·상업시설을 구축하는 모델을 목표로 공모를 진행했지만 참여가 저조해 무산됐다. 게다가 핵심 파트너로 기대됐던 LH마저 사업참여에서 발을 빼면서 사업의 신뢰성과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청사 이전으로 구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원도심 활성화 전략 전반이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장기 표류에도 불구하고 '원도심 르네상스' 구상을 접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하동 구도심에 관광호텔과 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타운을 조성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민간투자를 다시 유도하고 사업구조를 재정비해 성공모델로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공공기관의 이탈과 민간의 회피는 사업구조의 불명확성과 리스크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과 공공이 모두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 재설계, 그리고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지 않으면 사업은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선 이해관계 조정, 사업모델 정교화, 투자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선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지연이 길어지면서 상권침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장 인근에서 30년째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사업한다는 말만 수년째 듣고 있다. 재개발이 확정되지 않으니 새로 들어오려는 상인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민들도 "여주시가 행정절차를 명확히 하지 못해 도심 전체가 정체됐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한 '도심 균형발전'의 상징사업이 표류하면서 여주시정에 대한 신뢰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하동제일시장 재개발은 여주시의 도시개발 능력을 가늠할 시금석"이라며 "계속 미루다가는 원도심 재생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지연 원인을 '정책 일관성 부재'에서 찾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방 중소도시의 재개발은 인구구조, 산업구조, 소비패턴을 모두 고려한 '도시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공약 중심이 아닌 중장기 계획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시는 그동안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여러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행 단계에서 행정 절차나 이해관계 조율에 번번이 막히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시는 최근 상인회 및 토지주 대표들과 실무협의를 재개설하고 내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 및 공공개발 연계방안을 국토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나 지역 내에서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실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다수다.
주민 이모씨는 "하동제일시장 재개발은 여주시의 정체성과 직결된 사업"이라며 "정치적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민과 함께 실현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주시소상공인회 한 관계자는 "조만간 주변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 측에 요구사항을 정리해 정식으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시 측에 현실성 있는 계획 수립을 당부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하동제일시장 재개발 지연과 관련해 "제일하동시장 부지는 현재 활용 방향에 대한 내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다"며 "11~12월 중 정리가 되면 정상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시가 설계공모 전 단계인 건축기획용역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설계나 착공 단계는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선 7기 당시 확보했던 국비 120억원은 반납하지 않고 보유 중이어서 사업 예산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당초 LH가 임대주택 120호와 공공시설을 포함한 개발을 추진했으나, LH의 포기와 민간투자자 부재로 사업이 중단되며 장기 표류가 이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제일하동시장 재개발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