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랠리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락세를 보인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된 모습. /사진=뉴스1

코스피가 3800선까지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자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주도 휘청이는 모양새다. 최근 랠리하던 삼성전자는 10만전자가 붕괴했고 SK하이닉스도 52만원선까지 떨어졌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800원(5.77%) 내린 9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일주일동안 삼성전자는 5.76%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5만원(8.76%) 내린 52만1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4.02% 내렸다.

그 외 반도체 종목도 일제히 내림세다.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들 모임인 KRX반도체지수는 이날 기준 전 거래일 대비 6.81% 내린 5464.12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동안은 10.62% 떨어졌다.

이 같은 반도체 종목들의 하락세는 글로벌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최근 일주일동안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3.19% 떨어졌다. AMD와 마이크론도 같은 기간 17.26%, 16.77%% 하락했다. 반도체 종목들의 모임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27%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던 반도체주가 역풍을 맞는 것은 AI 버블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AI 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너무 빨리 앞서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AI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력, 서버 공간, 공급망 제한 등 AI 인프라 증설 현실적 한계가 상기되면서 현재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금리 매파적인 신호도 반도체주에 대한 투심을 냉각시킨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과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다시 장기 고금리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연준(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더해지며 금리 인하가 지연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은 구간에서는 AI, 반도체 등 성장주 미래 현금흐름 가치가 할인되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다. 결국 AI 버블 우려와 금리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며 기술주 전반이 조정을 받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 영향은 국내 반도체주로 즉각 전이됐다.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투심은 급격히 식었고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최근 일주일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71억8399만원어치, 개인은 359억3360만원 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1조8472억8521만원 던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성과 AI 기업들의 회계 이슈와 부실 재무구조 불안 등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며 "AI고평가 우려 심리에 다시 불을 지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다"고 설명했다.

단기 변동성 확대… 중장기적 우상향 전망

사진은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증권가는 반도체주에 대해 당분간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심이 과열구간에 들어선 만큼 숨고르기는 당연히 겪어야할 과정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조정이 구조적 하락의 시작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클라우드와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은 변함이 없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AI GPU(그래픽처리장치)용 메모리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꾸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망, 투자여력 등 단기 변수로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지만 업황 자체의 펀더멘털은 견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AI 중심 수요 강세가 지속되며 대규모 데이터 클러스터 건설 사업이 세계 각지에서 본격화 되고 있어 2030년까지 100GW(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 약 3400만개 이상 가속기(GPU, ASIC 등)와 메모리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탄탄한 것도 구조적 하락 가능성을 낮추는 근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기초체력을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D램 부문 모두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가격 반등과 생산성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이 15% 늘었다.

아울러 두 회사 모두 HBM4·GDDR7 등 차세대 제품군에서 확실한 로드맵을 갖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실적 개선 모멘텀이 유지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처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탄탄한 만큼 이번 조정이 단기 변동성 국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는 HBM과 D램 eSSD 등 AI 메모리 모든 분야에서 독과점적 공급 지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향후 엔비디아 품질 인증 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며 본격 양산을 시작해 HBM과 D램 실적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