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중견기업 신용공급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던 사모 크레딧이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확실성 확대 속 구조적 취약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2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사모 크레딧이 단기간에 급팽창하며 누적된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지만,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세밀한 모니터링과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모 크레딧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규제로 인해 은행이 담당하던 중견기업 신용공급을 대신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특히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이나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에 사모 크레딧은 사실상의 '대안 금융'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글로벌 Hyperscaler(아마존·구글·MS 등)가 추진하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대규모 자금 수요 일부를 사모 크레딧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모 크레딧 특유의 구조적 속성은 위기 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조 연구원은 사모 크레딧은 비공개·비상장 성격으로 인해 정보 투명성이 낮고, Mark-to-Model(모델평가) 방식의 가치평가가 일반적이라 손실 인식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계약구조 탓에 유통시장이 얕아 중도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비유동성 역시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최근 Blue Owl Capital(블루아울캐피털)의 BDC(투자목적회사) 합병 시도가 NAV(순자산가치) 평가 논란 속에서 무산된 사례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짚었다.
빠른 성장 속 나타난 언더라이팅 약화와 재무비율 유지 의무를 완화하는 'Cov-lite'(약정완화대출) 확대 역시 우려 요인이다. 조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로 BSL(공모형대출)에서 나타났던 Cov-lite가 이제 사모 크레딧에서도 대형 딜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는 위기 상황에서 대출기관의 통제력을 약화해 손실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 크레딧 시장의 급격한 확대와 경쟁 심화가 이러한 문서 약화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더 근본적인 위험은 차주 펀더멘털의 약화 가능성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차주의 현금흐름 악화와 디폴트 발생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조 연구원은 "사모 크레딧 펀드가 폐쇄형 구조를 갖고 있어 유동성 위기가 전통 은행처럼 연쇄적인 뱅크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개별 기업 부실은 일정 부분 펀드 내부에서 흡수될 수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직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사모 크레딧 시장의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AI 버블' 논란과 맞물린 잠재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비가 많고 회수 기간이 장기이며 여러 산업과 연계돼 있어 수익화 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대규모 부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Hyperscaler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속도전이 필요해진 만큼 향후 이들의 자금조달 행태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사모 크레딧 시장이 M&A(인수합병) 회복과 AI 인프라 투자 증가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과거 초저금리기처럼 무차별적 투자가 가능한 환경은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사모 크레딧 펀드 투자는 구조적 리스크와 차주 펀더멘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