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연이은 호재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무역금융 지원을 결정하는 한편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와의 기술 특허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제품의 신뢰성도 높아졌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긍정적인 대내외 환경에 힘입어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솔루스첨단소재, 선익시스템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디스플레이 수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식을 개최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ICT) 산업 수출을 견인 중인 디스플레이 산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산업은 지난해 211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ICT 총 수출액(반도체 제외)의 23%를 차지했다.
산업부는 협약을 계기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간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산업 특성에 맞는 우대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은 ▲보험료율 인하(1%→0.7%) ▲보증한도 확대(150%) ▲해외 신규 바이어 개척 시 신용조사 수수료 할인(50%) ▲맞춤형 교육 및 컨설팅 등의 실질적 혜택을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와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분쟁에서 사실상 승리한 것 역시 긍정적이다. BOE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중단 의사를 표명했다. 원래 ITC가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관련해 최종 판결을 내리려고 했으나, 두 회사가 특허 사용료 지급에 합의하면서 소송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특허사용료를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미국·중국 등에서 진행하던 소송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특허침해소송, 영업비밀침해소송을 비롯해 올해에만 미국에서 6건의 IP(지식재산권)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특허 소송에서 패배한 기업의 제품 신뢰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소송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거란 기대도 크다. 근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를 앞세워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기업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5년 사이 40.4%에서 33.1%로 감소했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30.9%에서 50.8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기업들이 적극 공략 중인 OLED 시장의 성장세도 고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내년 디스플레이 시장은 출하량 기준 올해 대비 약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에 OLED 시장은 6.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년보다 5% 증가한 10억4370만대의 OLED 패널이 출하될 것으로 보였는데, 내년에는 해당 규모가 11억626만대까지 커질 수 있단 관측이다.
이러한 흐름 속 업계도 시장 기회를 넓히기 위해 기술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달 직원 소통행사 '디톡스'(D-Talks)를 통해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는 IT(태블릿·모니터) OLED용 8.6세대 생산라인의 수익성을 경쟁사가 추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신기술 개발을 위해 1조2600억원을 투자한다. 이중 7000억원을 파주 생산기지에 투입해 OLED 신기술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지난달 'CEO 온에어'(On Air)를 통해 "시장을 압도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키워 '기술 1등 LGD'가 되어야 한다"며 기술 경쟁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