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LG전자 임원 인사에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류재철 사장은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세계 1위로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신임 CEO로서 류 사장은 향후 생활가전 1등 DNA를 전사로 확산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CEO까지 오른 '기술형 사업가'로 재직 기간의 절반가량을 가전 연구개발에 종사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맡아 LG 생활가전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해 왔다.
2021년부터는 LG전자의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을 맡아 LG 생활가전을 단일 브랜드 기준 명실상부 글로벌 1등 지위에 올려놨다.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류 사장이 H&A사업본부장을 맡은 지난 3년간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7%에 달한다.
최대 프리미엄 가전시장인 북미 지역 성과도 탁월하다. LG전자는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올 3분기 누적 점유율 21.8%로 확고한 1위에 올라 있다.
류 사장의 경영철학은 '문제 드러내기'와 '강한 실행력'으로 요약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의 본질적 격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철저한 자기인식이 필수적이라는 신념에서다.
류 사장은 모든 해결책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올해 HS사업본부는 국내외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문제 드러내기 콘테스트'를 실시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개선이 필요한 요소를 발굴해 혁신하자는 취지다. 이 콘테스트에서 도출한 수천 건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은 LG 생활가전의 본원적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류 사장은 매년 말 사업본부 소속 리더 수백 명을 불러 GIB 행사를 주관, 조직의 강한 실행력을 주문하고 직접 독려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GIB란 '고 인투 배틀(Go Into Battle)'의 줄임말로, 마치 전장에 들어서는 장수의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임하자는 의미를 담은 리더십 워크숍이다.
그는 고객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을 구사, 경쟁의 판도를 주도해 왔다.
구매 후에도 지속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업 가전' 패러다임이나, 가전에 서비스를 결합해 차별적 가치를 제시하는 가전구독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들어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해 세계 각지 생산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스윙생산체제'를 앞세워 사업 영향을 최소화한 점도 사업환경 변화를 감지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다.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미국 관세 영향에도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 브라질 파라나주 등에 신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류 사장은 품질, 원가경쟁력, 개발속도 등 가전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AI 활용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AX(AI 인공지능전환)를 앞장서 추진해 왔다.
생활가전 R&D 직군에 오픈AI의 기업용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기반으로 하는 추론형 AI를 사내 최초로 도입했다. 다양한 변수를 입력하면 실제 실험 없이도 결과를 도출해 R&D 기간과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인다. 이는 보다 과감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이를 검증하며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토대가 된다.
HS사업본부의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 '찾다(CHATDA)'는 씽큐 앱과 제품으로 수집한 글로벌 고객 사용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AI와 대화하며 정보를 찾는 시스템이다. LG전자는 '찾다'로 기존 3~5일 소요되던 데이터 분석 시간이 최대 30분 이내로 단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