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3사가 수주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5월7일 독일 뮌헨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코엑스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트라가 공동주최해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5' 전시회에서 참관객들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코엑스 제공)

1조원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3사가 수주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가에서 국내 생산 캐파(생산 능력)와 안전성 기술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차 입찰에서 압도적 성과를 거둔 삼성SDI가 생산 여력과 안전성 측면에서 다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차 입찰 사업은 육지 500메가와트(MW), 제주 40MW 등 총 540MW 규모로 전체 사업비가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공 기한은 2027년 12월이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이번 2차 입찰을 앞두고 국내 생산 체제를 대폭 강화하며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컨소시엄 방식으로만 참여할 수 있어 배터리 3사는 주요 발전사와 자산운용사들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입찰 절차에 나서고 있다.

입찰제안서와 사업계획서 접수는 다음 주 시작되며 오는 2026년 1월12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평가를 거쳐 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최종 낙찰자가 확정될 예정이다.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6%인 6개 사업을 가져가는 '이변'이 있었는데 당시 높은 점수를 받은 핵심 요인이 바로 전량 국내 생산 체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국내 생산 캐파가 새로운 경쟁 변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SDI는 울산 공장에서 ESS용 각형 삼원계(NCA) 배터리를 생산하며 공급망 전반을 국산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오창 에너지플랜트 가동을 연말부터 준비에 돌입하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도 서산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3사가 모두 국내 생산 기반을 마련하면서 단순히 국내 생산 여부만으로는 우열이 나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 사업 규모가 540MW, 배터리 환산 약 3.24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만큼 대량 공급 능력, 즉 생산 캐파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생산 능력을 비교하면 업체의 격차는 뚜렷하다. 삼성SDI는 울산공장을 기반으로 한 NCA 각형 배터리 생산 능력이 약 15GWh로 2차 사업 물량 전체를 단독 대응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LFP 초기 양산 규모가 1GWh로 이번 입찰 물량의 약 3분의1 수준이다. SK온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서산공장 생산력이 약 7GWh 수준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생산 여력만 놓고 보면 삼성SDI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충분한 생산 능력은 컨소시엄 파트너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전 국가정보자원센터 화재 이후 안전성 평가 비중이 대폭 강화된 점도 삼성SDI에 유리하게 작용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기존 가격(60%)·비가격(40%) 평가 비중은 이번에 50%·50%로 동일하게 조정됐고 화재·설비 안전성 점수는 22점에서 25점으로, 이 중 '화재 안전성' 세부 항목은 6점에서 11점으로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삼성SDI는 이 부분에서도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NCA 각형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내구성이 높고 화재 확산을 억제하는 특성이 강해 안전성 평가에서 강점이 있다. 또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주요 소재를 국내 조달하고 있어 강화된 '산업 기여도'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일 ESS 안전성 강화와 비용 절감 기술을 인정받아 '2025 코리아 테크 페스티벌'에서 대한민국 기술대상 산업통상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 가운데 유일한 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