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운용사에서 16년간 CEO(최고경영자)를 하며 경험한 현장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시장과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지금 시장이 가장 답답해하는 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까지의 '거리와 시간'입니다. 30년 넘게 자본시장에 종사하며 시장과 정부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그 간극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습니다."
이현승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는 최근 머니S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66년 11월11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32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경제기획원 동향분석과, 공정거래위원회 총괄정책과, 재정경제원 예산실 재정계획과, 재정경제부 장관비서관을 거쳤다.
이후 메릴린치 증권을 거쳐 SK증권,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증권사와 운용사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증권사와 운용사 대표이사만 16년을 역임한 '자본시장 전문가'다.
이 후보자는 당선이 되면 1개월 안에 '금융투자인가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인가지원센터는 인가 소요 기간을 단축하고 회원사의 준비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투자조세지원센터 설립… 세제 종합 분석 및 정책설계 허브 역할
한국 자본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협회가 추진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세금을 꼽았다. 그는 '금융투자조세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조세 관련 규제 개선 및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조세지원센터는 사안별로 협회, 회원사 세무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 구성을 통해 금융투자 세제의 종합 분석 및 정책설계 허브 역할이다. 이 후보자는 "부동산에만 쏠려있는 가계자산이 증시로 유입되게 하기 위해 투자자보호와 세제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소통 구조에 대해서 강조했다. 그는 "모든 회사가 모여 회의하면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회원사에 도움되는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며 "실무자, 팀장, 본부장 회의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하면서 동일 업종 내에서도 관심 사안이 유사한 회원사를 묶어 정확한 목소리를 듣고 함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에 대해선 전 단계를 아우르는 '모험자본 전 주기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자금조달 단계에서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외에도 증권금융, 기관투자가,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해외 자본 등 다양한 조달 채널을 통해 자본의 물꼬를 넓혀야 한다"며 "동시에 BDC 운용 주체를 증권사까지 확대해 자금조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디지털자산시장 활성화 관련해선 "IT 인프라나 소비자 보호 기반이 잘 마련돼 있는 금융투자업계가 디지털 자산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STO(토큰증권),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스테이블코인 등 혁신금융상품의 조속한 도입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컴플라이언스 문화 제고…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하겠다"
최근 빈번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장애와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투자자 보호와 신뢰 제고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 후보자는 '사고이력 관리제도'를 도입해 각사별로 직원들에 대한 징계내역이 발생하면 협회가 취합해 관리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그는 "사고를 낸 인력이 회사를 옮겨서 일하게 되면 회원사와 투자자는 동일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협회 차원에서 사고인력 문제를 관리·공유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회원사별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격차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대형사에 비해 열위에 있는 중소형사를 위해 NCR(영업용 순자본비율) 규제 완화와 증권 금융 한도 확대를 통해 자본여력을 높여주고 컴플라이언스와 IT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없애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러 회원사 CEO들과 현장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결과 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과 심사의 불확실성"이라며 "기존 제재로 인해 신규사업을 못 하는 것, 등록제임에도 실질적으로 인가제도처럼 운용되는 것, 인가 절차의 시간이 길고 요건이 불확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재가 필요하면 엄정하게 해야 하지만 사업과 무관한 과거 제재 이력을 이유로 신사업진출을 막는 불합리한 연계 제재는 혁신을 가로막아 연계 제재 폐지를 금융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이 자본시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혁신 3대 패키지'를 당국에 제안할 예정이다. ▲연금 계좌 내 국내 주식형 상품에 대한 과세 합리화 ▲디폴트옵션 제도 실효성 강화 ▲퇴직연금 자산의 국내 주식 장기투자 비중 확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연금이 회원사 성장과 자본시장 체질 개선, 국민 노후 자산 증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제2의 월급통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