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3조원을 투입하는 'K-HIT 프로젝트'의 성공 전제조건으로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강원랜드는 규제 혁신이 혜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공익적 결단'이라고 강조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폐광지역을 회생시키고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 합리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3837억원, 영업이익 7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2.7% 급감했다.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비용 증가가 주원인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강원랜드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근본 원인으로 '규제의 족쇄'를 지목한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성 때문에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지만 ▲내국인 출입 일수 월 15일 제한 ▲베팅 한도 최대 30만원 ▲매출 총량제 등 20여년 전 제정된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강원랜드 측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베팅 한도를 조정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외국인 전용 카지노 존의 베팅 한도를 2000만원으로 200배 확대했고, 향후 3억원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내국인 VIP 테이블의 한도를 최대 3000만원으로 조정했다. 그럼에도 일반 영업장의 규제는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K-HIT 프로젝트 발표 당시 "복합리조트의 외형만 갖춘다고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세계적인 복합리조트와 경쟁하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카지노로 변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필수적"이라며 "산업부는 (강원랜드 사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각 부처 간 정책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규제를 그대로 둔 채 3조원을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다.
폐광기금 등 공익적 기여 강조… "규제 혁신이 지역 소멸 막는 길"
강원랜드가 규제 완화를 '생존과 상생'의 문제로 규정하는 이유는 수익 구조의 공익성 때문이다. 강원랜드 수익의 상당 부분은 매년 2000억원 내외의 폐광기금으로 조성돼 지역사회에 환원된다. 강원랜드의 성장이 곧 폐광지역 재정 확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강원랜드는 이번 3조원 투자가 성공하면 직·간접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프로젝트가 규제에 가로막혀 실패한다면 막대한 재정 부담과 함께 폐광지역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 직무대행은 "이 프로젝트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인구소멸 위기 지역인 문경, 보령, 화순까지 포함하는 폐광지역 전체의 발전 전략"이라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상생 발전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은 시스템으로 엄격히 관리하되, 산업적 측면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카지노 수익을 재원으로 관광·MICE 산업을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석 강릉원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새 정부 국정과제인 '3000만 세계인이 찾는 관광산업 기반 구축' 달성을 위해 복합리조트는 중요한 산업 영역"이라며 "국내 카지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카지노 규제가 국제적인 수준에 따라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K관광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제적 수준에 맞는 카지노 운영이 절실하다"며 "강원랜드가 글로벌 복합 리조트로 도약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분산된 감독 체계를 효율화하는 통합관리 기구 도입과 함께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