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의 현안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사진은 윤 전 본부장이 지난 7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윤 전 본부장은 최후진술에서 '절대 신앙, 절대복종'이라는 교단의 지시에 따라 범행이 이뤄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10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윤 전 본부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2년,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통일교 2인자로서 한학자의 지시에 따라 세를 확장하려는 목적과 동시에 영향력의 행사를 위해 본건 범행을 저질렀다. 종교단체가 가진 막대한 자금력 이용해 정치세력과 결탁해 공권력을 부정 이용한 사안"이라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인 점, 피고인의 행위로 공적 업무의 공정성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 점, 조직적으로 증거인멸하고 형사사법 시스템을 교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가 아닌 '절대 신앙, 절대복종'이라는 교단의 지시와 교단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공적 목적을 위해 저지른 일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의 상황에 도달해 쓰러져 정신 잃을 때도 있었지만 최선 다해 수사에 임했다. 수사에 협조한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참혹했다"며 "가장 참혹한 것은 신앙공동체였다. 지난 12월 압수수색이 되자 기관장, 목회자, 공직자 등이 소위 꼬리 자르기로 개인의 일탈 행위를 발표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단이 꼬리 자르기를 목표로 조직적으로 진술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모두가 제 업보이며 감당해야 하는 일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했고, 특검 수사와 재판에 일관된 진술로 임했던 것은 일종의 투쟁이었다"며 "교단의 명령에 따라 적법하지 못한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재판에서 과거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도 접촉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지만, 최후진술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재판부는 1심 선고기일을 다음달 28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2022년 4~6월 2000만원 상당의 샤넬 백 2개와 2022년 6~8월 6000만원대 영국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 사업(ODA) 지원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등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