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신개념 쇼핑 공간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을 오픈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백화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청담동 한복판에 새로운 '공간 실험'을 감행한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장을 넘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취향을 큐레이션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날인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을 오픈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출점은 지난해 강남점에서 성공을 거둔 '하우스오브신세계' 브랜드를 외부 상권에 처음 적용한 사례로 신세계가 추구하는 미래형 리테일의 청사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간의 재해석'이다. 신세계는 기존 SSG푸드마켓이 있던 자리를 리뉴얼하면서 '판매' 중심의 마트 기능을 과감히 덜어내고 '체류'와 '경험'을 채워 넣었다. 이는 강남점 '하우스오브신세계'가 보여준 성공 DNA와 맥을 같이 한다. 백화점과 호텔의 경계를 허문 인테리어, 미식과 예술을 결합한 콘텐츠로 고객을 오래 머물게 했던 전략을 청담 상권 특성에 맞춰 고도화한 것이다.

'백화점 밖 백화점'을 표방하며 기존 유통 문법을 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통상 고객의 시선을 상품에만 집중시키기 위해 창문을 없애는 '무창'(無窓) 설계가 원칙이었던 백화점 식품관에 자연광이 쏟아지는 '중정'(썬큰 가든)을 도입했다. 지하 공간임에도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휴식할 수 있게 만든 이 구조는 쇼핑을 목적 지향적인 행위에서 여유로운 문화 향유의 시간으로 치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패션 매장 같은 식품관… '경험의 가치' 격상

식재료의 색감과 소재가 돋보이도록 배치한 지하 1층 식품관 트웰브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트웰브'(TWELVE)는 이러한 공간 철학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신세계는 이곳에 국내 최초로 '패션 매거진' 콘셉트의 진열 방식을 도입했다. 레몬이나 당근 같은 식자재를 쌓아두고 파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명품 가방이나 보석처럼 쇼케이스에 단독 진열하거나 색감과 소재가 돋보이도록 배치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식료품 구매 경험을 럭셔리 쇼핑의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전략적 장치다. 일상적인 장보기를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재정의함으로써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3040세대의 심리적 만족감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100석 규모의 공용 테이블 광장 '아고라'를 매장 입구에 배치한 것 역시 고객 동선의 흐름을 쇼핑에서 휴식과 사교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설계다.


콘텐츠 구성에서는 철저한 '타깃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청담 상권의 핵심 소비층인 3040세대와 고소득 직장인을 겨냥해 '웰니스' 테마를 명확히 설정했다.

40여종의 착즙 주스를 즉석에서 만드는 '원더바', 개인별 취향에 맞춰 900여가지 식단을 조합할 수 있는 '델리 키친' 등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이는 '무엇을 파느냐'보다 '누구에게 어떤 삶의 방식을 제안하느냐'가 중요해진 최근 리테일 트렌드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상무는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신세계가 생각하는 삶과 취향, 일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리테일 공간"이라며 "고객에게 더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