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 심리로 열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2년,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는 내년 1월28일이다.
당초 윤 전 본부장이 최후진술에서 통일교 측이 지원했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했다.
정치권을 겨냥한 추가 진술이나 폭로는 전혀 없었다.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애원, 간청을 뜻하는 '플리'(plea)와 합의, 흥정을 뜻하는 '바게닝'(bargaining)의 합성어다.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이 기소를 축소하거나 형 경감을 기대할 수 있는 협상 제도다. 올해 일부 특검 수사에서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조항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운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 증인 신문에서 "특검이 플리바게닝을 제안했다"고 증언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사례는 해당 제도가 국내 실무에서도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다만 특검 측은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을 뿐 강제나 회유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본부장의 침묵에 대해 일각에선 특검의 플리바게닝 제안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실제로 윤 전 본부장이 플리바게닝을 염두에 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플리바게닝이 범죄 조직이나 카르텔 근절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은 마약 카르텔 수사에서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날로아 카르텔 소속 마약 유통책들이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형을 감경받거나 증인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대표적 인물인 후안 카를로스 라미레즈 아바디아는 2010년 살인·마약 밀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정부의 증인이 되겠다는 플리바게닝에 응한 후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8년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카르텔이 시날로아 카르텔의 주요 코카인 공급원이었음을 증언했다. 이후 수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형이 추가로 감경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