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주요 기업들이 붉은말의 해를 맞아 신년사를 공개했다. 신년사 형식은 제각각이었지만 메시지가 향한 방향은 같았다. 인공지능(AI)을 '신사업'이 아니라 전사적 전환의 기준으로 삼고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며 각 사업의 본질로 돌아가 기술 경쟁력을 다시 짜겠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선언을 넘어 AI를 실제 사업 구조와 경쟁력의 중심축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도 한층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지난해 11월 정기 인사에서 디지털전환(DX)부문장으로 공식 선임된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2026년 신년사를 사내에 공지했다. LG전자는 류재철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신년 영상 메시지를, SK하이닉스 역시 연초 경영 메시지를 통해 새해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DS와 DX 부문 전반에 AI를 깊이 내재화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DS부문은 로직·메모리·파운드리·선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DX부문은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 생태계에 AI를 결합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은 기술 경쟁력 회복과 사업 도약에 방점을 찍었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고 파운드리 사업은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기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회를 성과로 이어가자"고 했다. 노태문 사장도 AI 전환기에 맞춰 제품과 업무 방식 전반의 변화를 주문했다. 노 사장은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 생태계에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압도적인 제품력과 위기 대응력으로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LG전자 역시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전제로 한 근본적 혁신을 주문했다. 류재철 CEO는 인공지능전환(AX)을 통한 일하는 방식 변화를 강조하며 "전 구성원이 AI를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환경과 시장 질서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과거의 관성과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새로운 성장 기회 영역으로는 AI 홈, 스마트팩토리,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로봇 등이 꼽혔다
SK하이닉스는 AI 수요가 '기대 이상의 호재'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술 우위 기조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단순히 1등이 되는 것을 넘어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의 지속 발전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SKMS를 바탕으로 한 기술 우위와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충분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기조는 전자업계 부품사들로도 확산됐다. 전자부품 계열사의 신년사에서도 단순한 시장 회복 기대보다 기술 경쟁력 자체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 확보를 위한 실행과 결과로 '업계 1등'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큰 변곡점이자 갈림길의 해"라며 "업계 1등이라는 타이틀을 실행력과 결과로 확실히 증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새해에는 8.6세대 정보기술(IT) 올레드(OLED) 양산, 폴더블 시장 성장, AI 디바이스의 등장 등 새로운 도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6년을 수익성 중심의 새로운 성장 궤도로 진입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금까지 내실을 다져 고객 신뢰를 회복했다면 앞으로는 기술 중심 회사로 혁신해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모든 사업 영역에서 안정적 수익 구조와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해 완전한 경영 정상화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