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4분기(9~12월) 9년 만의 분기 적자 여파로 연간 수익성은 크게 뒷걸음질쳤다. 디스플레이 수요 회복 지연과 마케팅 비용 부담,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겹친 가운데 회사는 '질적 성장' 영역 확대와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9일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이 89조2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조4780억원으로 2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요 둔화가 이어졌음에도 매출은 2년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제품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연간 수익성은 악화됐다.
하반기에는 인력 구조 순환 차원의 희망퇴직 비용도 반영됐다. LG전자 측은 해당 비용이 중장기적으로는 고정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희망퇴직 관련 비용이 약 3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분기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3조8538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 109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적자로 전환했다. 4분기 적자는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이다. 통상 TV와 생활가전 판매가 둔화되는 비수기인 데다 연말 마케팅 비용과 물류비 부담, 일회성 비용이 겹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부담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지만 생산지 운영 효율화와 오퍼레이션 개선 등을 통해 지난해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며 "올해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장 최대 실적 전망… 디스플레이 사업 수요 부진 지속
사업 부문별로 보면 전장과 냉난방공조 등 기업과 기업의 거래(B2B) 사업, 웹(web)OS·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비하드웨어(Non-HW) 사업, 가전 구독과 온라인 판매 중심의 소비자직접판매(D2C) 사업 비중은 확대됐다. 지난해 전사 매출에서 이른바 질적 성장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LG전자는 주력인 생활가전 사업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볼륨존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의 성장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전장 사업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운영 효율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전망된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공기 냉각부터 액체 냉각까지 아우르는 종합 냉각 기술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AI DC)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 미래 사업 기회 확보를 지속한다. 가정용 중심에서 상업·산업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B2B 사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유지보수 사업 확대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TV·IT·ID 등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은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연간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전세계 약 2억6000만대 기기를 기반으로 한 웹OS 플랫폼 사업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LG전자는 콘텐츠 확보와 함께 플랫폼 사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른 잠정치로 LG전자는 이달 말 실적 설명회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