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 1일 국내 23개 정회원 은행을 대변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손주 재롱을 즐기는 할아버지로서 삶을 살겠다며 올 3월 신한금융 회장직에서 내려온 후 9개월 만에 금융권에 복귀한 것이다.
금융권은 '엉클조의 귀환'으로 부른다. 그는 소탈한 성격과 후배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인성에 '엉클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통상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을 대표해 금융당국, 정부와 소통 가교 역할을 하는 만큼 관 경력 인사들이 역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 회장은 은행연합회장 역대 5번째 민간 출신이자 첫 4대 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만큼 은행권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은행연합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은행 종노릇"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면서 조 회장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조 회장은 1일 취임식에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어려운 경제상황과 외부 평가에 비춰 볼 때 국민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이 은행원의 성과급·퇴직금 잔치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진 상황에서 조 회장은 은행권의 입장도 대변해야 한다. 김광수 전 은행연합회장이 조 회장의 최우선 과제를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고 답한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은행권이 펼친 상생금융 노력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회장은 모든 금융권 직무를 거친 '금융 전문가'다. 1957년생인 그는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1984년 신한은행에 입사, 40년 가까이 신한금융에서 근무한 '신한맨'이었다.
조 회장은 2009~2012년 글로벌사업그룹과 경영지원그룹 전무, 은행 리테일 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을 맡은 뒤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해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을 쌓았다. 2015년엔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뒤 2017년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올랐다.
은행권에선 조 회장의 강한 리더십과 빠른 추진력이 상생금융 이외에도 ▲금산분리 규제 완화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 ▲방카슈랑스 ▲비금융 사업 확대 등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던 과제 해결을 위해 생산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최우선과제는 비이자이익 확대다. 이를 위해선 투자일임업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은행권은 현재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한해 제한적으로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어 비이자이익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제기돼 왔다.
이에 은행들은 투자일임업 허용을 통해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어 조 회장이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를 이어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임기는 2026년 11월30일까지다. 3년 뒤 조 회장이 어떤 모습으로 퇴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