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포화로 상조업에 눈을 돌리는 생명보험사들이 속속 나타날 전망이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보험시장 포화로 상조업에 눈을 돌리는 생명보험사들이 속속 나타날 전망이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상조시장 선수금 8조 목전… '10조' 위한 몸부림
② "상조만으론 미래 없다"… 프리드라이프·보람상조의 고민
③ 보험사가 상조를?… 그들이 군침 흘리는 이유


금융당국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상조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사들의 비금융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6월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상조업체들은 생명보험사들의 상조시장 진출 현실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큰 생명보험사들이 상조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상조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은 상조시장이 생명보험업과 연관성이 큰데다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상조시장이 선수금 기준으로 8조원 규모까지 커졌다는 것도 생명보험사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다. 상조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명보험사들, 상조업 진출 채비 마쳤다


최근 상조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생명보험사의 상조시장 진출이다. 삼성과 한화,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4월 상조시장 진출을 위한 타당성 분석 작업을 마치고 자회사 설립을 위한 실무단계의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대형 생보사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발맞춰 상조업 지분 출자 규제가 풀리면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에 따르면 보험사 등 금융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다른 업종의 회사에 지분 15% 이상을 출자할 수 없다. 올 6월 중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사의 타 업종 출자비중을 15%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이르면 오는 3분기 생명보험사의 상조 자회사가 출범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상조시장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조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상조업 가입자 수는 757만명, 선수금 규모는 7조89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가입자 수(420만명)와 선수금(3조7370억원) 대비 각각 1.8배, 2.1배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웠던 시기에도 상조시장은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고령화 시대에 점차 들어서면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상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상조시장 성장에 일조했다.

반면 생명보험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9.1%를 기록했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시장 성장세를 가늠하는 지표인 수입보험료(가입자로부터 받은 연간 보험료 총액)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지난 2018년 5조1361억900만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등락을 거듭한 뒤 2022년엔 92조4005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4년 동안 불과 1.3배 증가한 것이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조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중이다. 생명보험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인 생명보험협회도 생명보험사들의 상조업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의지다. 앞서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보사 주력 사업으로 요양·상조업 등을 꼽았다.

정 회장은 "생보산업은 사적 영역에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 온 대표적 사회안전망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 전반을 보살피는 토탈 라이프케어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생보사가 상조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고 기존 사업자와의 공생 방안도 마련 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 상조업 진출, 명과암


생명보험사들의 상조시장 진출이 점차 현실화 하자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상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지닌 생명보험사들이 상조시장에 들어올 경우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상조업체 72개사 가운데 가입자 5만명 이상인 대형 상조업체는 21개사다. 1만명 이상 5만명 미만인 업체는 23개사, 1000명 이상 1만명 미만인 업체는 16개사, 1000명 미만인 업체는 12개사다. 가입자 5만명 이상인 업체가 차지하는 선수금은 전체 7조8974억원 가운데 7조1246억원이다. 상위 21개사가 전체 시장의 90.2%를 차지하는 구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1년 보험사들이 상조업 진출을 검토했을 당시 SM(대기업 슈퍼마켓)과 중소 슈퍼마켓 사이 갈등처럼 중소업체들의 경영위기를 우려해 보험사들의 상조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않은 바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은 전문인력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보험사들이 기존 업체와 비교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며 "결국 보험사들이 상조시장에 진출하면 소비자 편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명보험사가 상조시장에 진출할 경우 상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고객 관리, 거래 시스템 적용으로 횡령·부도로 얼룩진 상조시장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세 상조업체보다 신뢰도가 높은 보험사가 소비자들을 관리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정감이 커질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창출을, 기존 상조업체들은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