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중심지로 ‘대학로’가 다시 떠오른다. 최근에는 신사동이나 한남동, 이태원이 젊음의 거리로 불리지만 1980~1990년대 문화부흥기 청춘들의 뜨거운 거리는 대학로였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정 넘치는 예술가들이 관객과 소통하고 공연을 펼치는 해방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연에 대한 관심이 줄어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다국적 레스토랑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상권 부활의 날갯짓을 펼친다.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영원한 젊음의 거리 대학로 골목의 맛집을 찾아가 보자.


보타보타. /사진=임한별 기자
보타보타. /사진=임한별 기자
보타보타 실내 인테리어. /사진=임한별 기자
보타보타 실내 인테리어. /사진=임한별 기자

◆보타보타
맛집 불모지로 여겨지던 대학로 골목에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 한곳이 들어섰다. 대학로 뮤지컬센터 맞은편에 자리 잡은 ‘보타보타’(BOTABOTA)가 바로 그곳.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올해를 뜨겁게 달구는 트렌드 보타닉(Botanic: 식물의, 자연의)과 가드닝 콘셉트는 외식업을 비껴가지 않았다.

매장 내부는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으로 설명된다. 곳곳에 식물이 가득 배치돼 싱그러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하나하나 직접 골라 배치했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내추럴한 인테리어는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과 어색함 대신 포근함과 자연스러움을 전한다. 전체적으로 테이블과 의자 등 가구의 색상도 밝은 컬러로 선택해 가볍고 환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분위기에 힘을 써 요리가 어설프진 않을까 싶겠지만 메뉴구성도 훌륭하다. 유럽의 가정식 점심식사와 스페인의 타파스, 프렌치의 그릴요리, 이탈리안의 스테이크, 와인과 크래프트 비어까지 즐길 수 있는 유러피안 비스트로를 지향한다. 점심 1인 반상에 정갈하게 나오는 메인메뉴는 파스타와 라이스 중에서 매일 바뀐다. 돼지고기를 뭉근하게 끓인 라구소스의 파스타, 알리오올리오, 밀라노스타일의 치즈리소또나 고추장리소또 등 창작메뉴가 주를 이룬다.

저녁에는 본격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보타보타의 시그니처메뉴로 꼽히는 뽐므안나(Pomme Anna)는 여심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요리. 얇게 썬 감자를 장미 꽃잎 모양으로 하나하나 말아서 오븐에 굽고 튀기는 그라탱의 일종이다. 바닥에 깔린 카타리나 드레싱은 새콤한 토마토 퓌레로 꽃잎 하나를 분리해서 찍어 먹는다. 맛도 좋은 것이 보기에도 깜찍해 백이면 백, 하나같이 사진을 찍기 일쑤다. 조금 더 묵직한 요리를 찾는다면 프렌치 립아이 스테이크를 권한다. 구운 야채를 곁들인 프렌치 꽃등심 스테이크로 담백한 감자 퓌레 위에 두툼한 쇠고기가 올라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맛있는 요리에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잔에 넘치기 직전 멈추는 일명 ‘아슬아슬 와인’을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마실 수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30분에 인디밴드나 뮤지션이 나와 레스토랑 내 간단한 음악회를 진행하니 선선한 가을 저녁 와인 한잔 하러 방문해도 좋겠다.


위치 대학로 뮤지컬센터 맞은편 건물 2층
메뉴 프렌치 립아이 스테이크 1만9000원, 뽐므안나 7000원
영업시간 11:30-23:00
전화 02-742-7773


순대실록.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순대실록.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순대실록
대학로에서 ‘순대’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는 순대전문점이다. 순대를 주종으로 하는 집이라 아저씨들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24시간 발길이 이어진다. 인테리어부터 젊은 층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 노천카페를 연상시키는 테라스, 160석의 내부 좌석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옛 장터의 먹거리촌을 보는 듯 정겨운 느낌도 있지만 세련된 감각을 잃지 않았다.

순대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매일 가락동에서 구입한 싱싱한 채소들로 속을 채운다. 숙주와 양배추, 양파, 대파, 브로콜리, 찹쌀, 고기 등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다. 특히 이 집의 국밥에 사용되는 육수는 장시간 사골을 우려내 그 맛이 진국이다. 순대스테이크는 개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테이크용 순대는 한차례 삶은 후 일주일간 냉장 숙성을 거친다. 주문과 동시에 주방 앞 불판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무쇠 철판에 담아 제공한다. 양식당 스테이크처럼 간단히 곁들이기 좋은 샐러드와 소스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41 / 순대국 7000원, 순대스테이크 1만4000원 / 24시간 영업 / 02-742-5338


디마떼오.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디마떼오.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디 마떼오
개그맨 이원승씨가 운영하는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전문점으로 1998년을 문을 열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는 대학로의 터줏대감이다. 1998년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찾았던 게 지금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된 계기다. 대대로 피자를 만들어온 ‘디 마떼오’ 가문을 방문해 직접 반죽을 빚고 구워내면서 나폴리 피자의 매력에 반했다고 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대로 보이는 화덕이 이곳 피자 맛의 주역이다. 800도 이상으로 달군 화덕은 2분 안에 피자를 만들어낸다. 같은 종류의 피자를 주문해도 이탈리아나 덴마크산 치즈를 따로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피자와 함께 맛볼 수 있는 스파게티도 있다.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새우리소토인 ‘리소토 콘 감베리’도 인기메뉴다. 공연 관람 후 찾는 젊은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방문하는 이도 많은 편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41 / 마르게리타 1만7000원, 리소토 콘 감베리 2만1000원 / 11:30-22:00 (월요일 휴무)/ 02-747-4444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