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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휴대폰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손해율이 100% 훌쩍 넘어 팔수록 손해를 봤다. 하지만 최근 휴대폰보험의 위상이 달라졌다.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알짜 상품이 됐다. 고가폰 등장에 앞으로 휴대폰보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업계는 요율 재산정 속 보험료 조정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의 손해율 추이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애물단지’에서 ‘캐시카우’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휴대폰보험 가입자 수는 2013년 501만명에서 2014년 613만명, 2015년 774만명으로 늘었다. 최근 통계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휴대폰보험료는 이동통신 3사(SKT·KT·LGU+)의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월 평균 5000원 수준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6만원으로 시장규모만 5000억~6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휴대폰보험은 손해보험사들이 전담해서 판매한다. SKT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가 담당한다. KT는 DB손보와 현대해상, 농협손보가, LGU+는 KB손보가 각각 단체보험으로 가입돼 있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급증으로 울상을 짓는 손보사 입장에서 안정적인 손해율(70%대)을 보이는 휴대폰보험은 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몇년 전만해도 휴대폰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큰 메리트가 없던 상품이었다. 2008년부터 출시된 휴대폰보험은 매월 가입자가 1만원 이하의 보험료를 내고 휴대폰 파손, 분실을 보상받는 상품이다. 휴대폰 구입 2주 이내로 가입이 가능하며 통신사가 보험사와 단체보험 형태로 계약을 체결한다. 피보험자인 사용자가 통신사에 보상을 신청하면 통신사가 보험사에 재청구하는 방식이다.
우선 가입자가 수백만명이라 민원이 적지 않았다. 중간 판매자는 이통사지만 해당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민원이 몰렸다. 휴대폰보험은 보험료별로 자기부담금, 보상범위가 모두 다르지만 이를 제대로 인지하는 가입자는 드문 실정이다. 판매자가 휴대폰 가입 권유 시 약정할인 등 할인혜택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기 때문이다. 가입자들도 가입 때는 판매가격에 집중하고 휴대폰보험이 어떤 상품인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2012년에는 보험사기가 극에 달하며 보험사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민원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휴대폰보험을 없애고 이통사가 자체 서비스망을 강화해 해결하도록 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손해율이다. 휴대폰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보험금청구가 늘어 손해율이 100%를 웃돌았다. 스마트폰이 막 출시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입자가 늘어 손해율도 급등했다. 손해율이 치솟은 이유는 스마트폰을 고치는 것보다 교체하는 게 훨씬 유리한 보험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가입자는 자기부담금을 내면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신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액정파손으로 약 10만~20만원의 수리비가 나온다면 10만원 정도의 자기부담금을 내고 보험을 활용해 새 폰을 지급받는 게 낫다는 얘기다.
결국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 정률제를 도입해 손해율 낮추기를 시도했다. 8만원에서 최대 30만원을 납부하면 새폰으로 교체해줬다. 휴대폰보험은 2013년 정률제 도입 후 비율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내도록 했다. 보상한도도 낮추자 손해율은 점점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SK텔레콤과 제휴해 휴대폰보험을 판매 중인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정확한 손해율 수치 공개는 어렵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LIG손보시절부터 LG유플러스와 단독 제휴하고 있는 KB손보도 “손해율이 안정화되며 상품의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해졌다”며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올 초 기준, 휴대폰보험의 손해율이 업체에 따라 최저 70%까지 내려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휴대폰보험을 서비스하는 이동통신 3사는 올해 모두 보험료를 인하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에 보험료를 내렸고 SK텔레콤도 8월 중순 보험료를 10% 낮췄다. 보험료 인하는 휴대폰보험 손해율이 안정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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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조정 가능성↑
업계 불황과 함께 신 시장 발굴에 혈안이 돼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 휴대폰보험은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또 휴대폰보험은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 가입자가 크게 떨어질 염려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고가폰 출시로 휴대폰보험 중요성은 더 커졌다. 200만원대 ‘갤럭시 폴드’가 등장하자 보험사들은 통신사와 함께 전용 휴대폰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갤럭시 폴드는 단말기 출고가만 240만원으로 메인 액정 교체 시 수리비만 70만~90만원에 육박한다. 갤럭시 폴드가 워낙 고가제품이라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가입 니즈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 보험료 인하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은 보험사에 부담이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휴대폰보험 참조 요율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이 필요하다는 금융감독원 권고 때문이다. 현재 휴대폰 보험은 재보험사에서 통보한 보험요율을 그대로 쓰고 있다. 특별한 보험료 산정 기준이 따로 없는 셈이다. 참조 요율이 개발되면 앞으로 보험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보험사의 손해율은 다시 증가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아이폰 보험료’를 할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아이폰은 휴대폰보험 손해율 급등의 일등공신으로 여겨져 왔다.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액정 등 부분 수리 및 교체 대신에 휴대폰 전체를 수리해야 하므로 평균 수리비용이 높았다. 하지만 애플 측이 최근 자체 보험서비스인 애플케어서비스의 보증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보장범위도 확대하면서 삼성이나 LG폰보다 고가인 아이폰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휴대폰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된 상황에서 보험료 조정은 보험사에 다시 부담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가폰에 대한 보험료도 현재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여 소비자반응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